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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朴心'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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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영 정치부 기자)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관심사 중 하나는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심중)의 행보였습니다.

19대 국회 들어 있었던 두번의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심’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동했기 때문이지요. 2013년 5월 경선에서는 ‘박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이정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경환 당시 후보와 함께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의 비공개 모임에 나란히 참석했고 최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완구 현 총리후보자와 이주영 의원이 맞붙었던 2014년 선거에서는 이주영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청와대가 ‘교통정리했다’는 분석이 정설로 자리잡았지요.

이번 선거에서도 ‘박심’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초미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박심의 향방, 그리고 박심이 과연 영향을 미칠 지가 관심사였습니다.

우선 원내대표 선거 일정이 갑자기 앞당겨진 점에서는 ‘박심’이 ‘신박’(새로운 친박근혜계) 이주영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해수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 의원에게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줬다. 앞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나라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치하했습니다.

여기에 예정된 5월보다 넉달이나 빨리 이완구 원내대표를 국무총리로 차출하면서 원내대표 경선 일정을 앞당겼습니다. 원내대표 주자들이 갑작스런 일정에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기존 주자인 이주영·유승민의 대결로 압축되면서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왔지요.

‘박심’을 읽는 두번째 풍향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3명의 국무위원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투표 참석 여부였습니다. 현역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 국무위원의 투표는 그 자체로 친박 후보로 분류되는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지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일찌감치 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한표를 행사하지는 못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총회 모두발언에서 “저는 철저하게 중립”이라며 “저와 이완구 대표는 투표하지 않는게 도리일 거 같아서 투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지요.

나머지 세명의 국무위원은 투표가 임박해서야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의 등장과 함께 투표장에서는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며 술렁거림이 커졌지요. 이들은 조용히 투표를 마무리하고 의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박심’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셈입니다.

이날 ‘박심’은 어디로 갔을까요? 진실은 세 명의 국무위원만 알고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등장 자체로도 ‘박심’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씁쓸한 의혹은 남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차기 원내대표로 ‘비박계’로 분류됐던 유승민 의원의 손을 들었습니다.

유 의원은 세 국무위원들의 투표를 어떻게 봤을까요. 그는 “대통령이 개입하실 생각은 전혀 없으셨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작은 일이지만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오해받는 이유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국정이 워낙 엄중하고 중요한 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주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모실 때 잘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일침도 잊지 않았지요.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원유철 의원은 “국무위원들이 오늘 의총장에 오셔서 투표하면서 의원들을 통한 민심이 어디있는지 보셨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delinews@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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