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프랑스 감옥은 지하드 학습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노경목 국제부 기자) 최근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에서는 “프랑스에서 범죄 재범률이 낮은 이유는”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 감옥 사진이 돌아다녔습니다. 열악한 프랑스 감옥의 현실을 보여주며 한 번 갔다오면 되돌아가기 싫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최근 개선되고 있는 한국 교도환경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안될 수 있다는 비꼼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이 열악한 환경 때문에 프랑스의 감옥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육성하는 ‘학교’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의 기자들을 죽인 사이드 쿠아치와 세리프 쿠아치 형제, 파리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였던 아메디 쿨리발리 모두 수감 경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감옥환경은 실제 매우 열악합니다. 파리 교외의 한 감옥에는 2835명이 정원인데 4000명이 수감돼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프랑스 감옥 내 자살률은 유럽에서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같은 수감자의 절반이 이슬람계로 채워져 있습니다. 프랑스 전체 인구에서 이슬람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FT는 “프랑스 감옥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양성하는 지하조직이 이미 조직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처음 이슬람계 수감자가 들어오면 이들 지하조직은 이슬람 교리를 제외하고 접근합니다. 실제로 식료품점 인질극의 주인공 쿨리발리는 자신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끌린 첫번째 이유로 “종교가 아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친해지면 여러 서적을 같이 읽으며 ‘의식화’를 합니다. 이때도 처음부터 이슬람 서적을 읽지 않습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함께 읽고 토론합니다. 이후 천천히 이슬람 극단주의와 지하드(성전)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FT는 “세상에서 학대 당하고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지하드는 자신이 세상과 투쟁할 명분을 제공해주는 유일한 논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열악한 감옥을 만들어 수감자를 괴롭히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autonomy@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