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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모 의장이 "게임은 순대"라고 말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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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호 IT과학부 기자) 심리학 교수 출신의 게임회사 창업자인 권준모 네시삼십삼분(4:33) 이사회 의장은 대범하면서도 업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몇 가지 있다.

그는 “게임은 순대”라고 말했다. 순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듯이 게임이 모두에게 사랑 받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이 말이 나온 것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블레이드를 만든 액션스퀘어가 게임을 서비스해 줄 회사를 찾지 못해 이곳 저곳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대형 게임사들은 블레이드의 대중성이 떨어진다며 퍼블리싱(유통)을 거부했다. 그러다 찾아간 네시삼십삼분이 받아주면서 빛을 발하게 됐다. 개발 초기의 블레이드는 어색하고 허술한 부분도 많았지만 권 의장은 그런 부분은 네시삼십삼분의 개발자들이 도와주면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대신 그는 블레이드가 갖고 있는 재미 요소에 높은 점수를 줬다. 맛있는 순대를 만들면 순대를 좋아하는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듯, 게임도 재밌는 게임을 만들면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달려들 것이란 예상이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잘 알려저 있다. 블레이드는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네시삼십삼분의 명성을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네시삼십삼분은 중국 텐센트와 네이버 라인으로부터 13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고, 블레이드를 개발한 액션스퀘어는 지난해 11월 치뤄진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모바일 게임 최초로 대상을 타는 영예를 안았다.

권 의장은 “PC 온라인 게임이 뮤지컬이라면, 모바일 게임은 영화”라는 말도 했다.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같은 PC 온라인 게임은 한번 개발하면 10년 넘게도 사랑을 받으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모바일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극장에서 내리는 영화처럼 돈을 벌 수 있는 시기가 한정돼 있다는 의미였다.

또 한편으로는 뮤지컬과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다르듯 PC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은 달라야 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시삼심삼분은 개발사가 맏는 게임을 가져와 서비스하는 퍼블리싱이란 말 대신 콜라보레이션이란 말을 쓰고 있다. 모바일 게임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개발 초기부터 개발사와 같이 일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도 흥행 여부를 예상하긴 힘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모바일 게임 성공 노하우를 갖고 있고, 내부 기준을 통과하면 성공 확률을 미리 예측 할 수 있다는 네시삼십삼분 측 설명에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활, 수호지, 블레이드, 영웅 등 네시삼십삼분이 그동안 내놓은 게임들이 계속해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권 의장의 통찰력과 네시삼십삼분의 실력이 계속해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네시삼십삼분은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큰 성과를 낼 해라고 자신하며 내부적으로 ‘기억하라 2015’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몇 년이 지난 올해를 되돌아볼 때 기억에 남을 만한 해가 될 것이란 뜻에서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