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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의 건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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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증권부 기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1000명이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모였습니다. 지난해 4000여명을 구조조정시킨 증권업계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의지를 다지는 ‘2015년 금융투자인대회’를 마련한 것입니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대회사로 행사를 열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동영상 축사로 힘을 실었습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정희수 국회 기재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줄줄이 나와 금융개혁과 금융혁신을 외쳤습니다.

눈길을 끈 건 건배제의자로 나선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었습니다.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은 자본시장 최대의 ‘큰손’입니다. 최 이사장은 건배사에 앞서 세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감독기관은 감독을 해야지 관리를 해선 안 됩니다. 감독과 관리를 구분 못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이 말이 금감원을 겨냥한 일침이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지난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KB금융 징계 사태, 그 중심엔 금감원이 있었습니다. 오락가락 제재 수위, 금융위와의 불협화음, 금감원장의 갑작스런 교체...여기에 검찰 조사에선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전산·통신 납품비리 관련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금감원은 더욱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최 이사장은 이어 제도 관련 지적도 했습니다. “포지티브시스템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반드시, 하루 빨리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것만을 열거하고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제한하는 포지티브 방식(열거주의)이 혁신적인 금융상품의 탄생을 가로막는다는 얘기일 겁니다.

최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500조원이라는 거대한 국민의 노후자금을 놓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잘 운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당부와 “공단도 금융투자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였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떼어내는 공사화 추진을 언급한 터에 공단의 이사장이 500조원을 놓고 밤잠을 설치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물론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말이지만요.

최 이사장이 제안한 건배사는 나.가.자. “나라와 개인 가정,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나가자” 였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