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이 대회사로 행사를 열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동영상 축사로 힘을 실었습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정희수 국회 기재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줄줄이 나와 금융개혁과 금융혁신을 외쳤습니다.
눈길을 끈 건 건배제의자로 나선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었습니다.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은 자본시장 최대의 ‘큰손’입니다. 최 이사장은 건배사에 앞서 세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감독기관은 감독을 해야지 관리를 해선 안 됩니다. 감독과 관리를 구분 못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이 말이 금감원을 겨냥한 일침이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지난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KB금융 징계 사태, 그 중심엔 금감원이 있었습니다. 오락가락 제재 수위, 금융위와의 불협화음, 금감원장의 갑작스런 교체...여기에 검찰 조사에선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전산·통신 납품비리 관련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금감원은 더욱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최 이사장은 이어 제도 관련 지적도 했습니다. “포지티브시스템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반드시, 하루 빨리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것만을 열거하고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제한하는 포지티브 방식(열거주의)이 혁신적인 금융상품의 탄생을 가로막는다는 얘기일 겁니다.
최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500조원이라는 거대한 국민의 노후자금을 놓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잘 운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당부와 “공단도 금융투자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였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떼어내는 공사화 추진을 언급한 터에 공단의 이사장이 500조원을 놓고 밤잠을 설치는 것은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물론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말이지만요.
최 이사장이 제안한 건배사는 나.가.자. “나라와 개인 가정,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나가자” 였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