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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털어놓는 '안철수는 왜?'(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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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정계입문(2012년 9월 대선출마선언 기준) 2년을 넘기고서도 안철수에게는 여러 물음표(?)가 따라 다닌다. 그가 추구한 ‘새정치'의 실체를 비롯해 서울시장,대선후보,야권통합 등 ‘양보 3종세트’가 탄생한 배경과 안철수의 당시 심경까지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진게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정치사에서 전무후무(前無後無)했던 양보들을 ‘철수(撤收)'시리즈로 비하하기도 했다.

안철수는 세간의 억측이 난무했던 이유를 ‘부산사나이’ 캐릭터가 몸에 밴 자신의 성격탓으로 일부 돌렸다. 그는 “지나간 일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사내답지 못하고 구차한 변명을 하는 것 같아 내켜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죽했으면 측근들이 ‘안철수는 왜’란 책을 출간할 생각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안철수는 왜'란 신간은 안철수캠프에 몸담았던 측근 3명이 펴낸 책으로, 그의 정계입문 3년의 숨은 뒷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자는 안철수를 최근 편한 술자리에서 만났다.(그는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녹차만 마셨다)

측근들이 펴낸 ‘안철수는 왜'란 책에 대해선 “내손으로 사서 보면 이상하잖아요. 책을 주지 않아서 아직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도 그 책을 미처 챙겨 읽지 못한 상황에서 측근의 추측이 아닌 본인의 얘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정치부 기자의 눈높이에서 ‘안철수는 왜’란 의문부호가 남아 있는 몇개 사안으로 화제를 몰고갔다. 그는 “시간이 충분히 흐른만큼 이제는 말 못할 이유가 없다"며 당시 상황과 심경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아름답지 못했던 단일화...안(安)의 사퇴냐 양보냐

야권 지지자들은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 과정을 가장 아쉬웠던 지점으로 꼽는다. 양 캠프는 두 후보간 회동을 포함해 실무진이 수차례 접촉했지만 단일화협상에 실패했다.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얼굴을 붉힐 정도로 양 캠프 관계자들사이에는 강점적 앙금이 쌓여 있을 정도다.

안철수는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던 2012년 11월 23일 심야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직을 사퇴했다. 열혈지지자들의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 기자회견장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속울음을 삼키며 준비한 원고를 읽던 그는 한 여성의 울부짖는 소리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의 돌발적인 후보사퇴와 이후 소극적인 지원유세,대통령 선거당일 미국행 등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문 후보의 선거유세에 대한 ‘뜨뜨미지근’한 지원태도는 유권자들에게 단일화에 대한 ‘불복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야권표를 분산시켰다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안철수는 당시 갑작스런 사퇴선언 배경에 대해 “전날 문 후보가 ‘3자구도'로 끝까지 가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며 “단일화 협상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나라도 결단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후보 캠프쪽 관계자는 “‘공당의 후보로서 단일화에 실패하더라도 사퇴없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을 뿐"이라며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였다"고 말했다. 단일화협상을 둘러싼 양 캠프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던 상황이었다.

대권을 향한 전초전에서 양 후보의 ‘워딩’하나 하나에 오해와 갈등이 잉태될 수 밖에 없다.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을 동반한 ‘살얼음판'협상의 결말은 항상 똑 같았다.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한나라당 의원간 단일화가 선거를 며칠 앞두고 깨진것이 단적인 예다. 서울 종로 한 유세장에서 “정몽준 의원말고 우리당에도 대선후보들이 많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단일화 결렬의 빌미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문재인과 안철수 둘다 정권교체 명분과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이견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다만, 양 캠프는 ‘올 오아 낫씽(all or nothing)’의 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고, 조직력과 권력욕에서 밀린 안철수가 시간과 명분의 싸움에서 질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계입문 2개월째인 안철수는 문재인의 완주선언을 ‘자신으로 단일화'에 대한 최후 통첩쯤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안철수는 사퇴후 일주일 이상 칩거에 들어가면서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의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한 문재인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밀려 정권교체에 적신호가 켜졌었다.

안철수는 “사퇴후 문후보측에서 도움 요청이 없었다"며 “제 생각도 그랬지만,문후보 측에서도 승리를 낙관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사퇴성명후 캠프 지지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을 떠올리면서 “제가 도울일 없냐고 먼저 연락할수도 없었고..일주일정도 아무 연락이 없다가, 문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고 나서야 도움을 청했다.나름대로 성의껏 지원유세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도 문후보측 캠프 관계자의 전언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그 관계자는 “우리측에서 곧바로 도움 요청을 안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이후 안후보측 지원유세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안 후보가 지원유세에 나와서도 ‘선거에서 한표를 행사해 달라고 했지. 문 후보를 찍어달라'고 하지는 않더라"라며 당시의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선당일 안철수의 미국행은 ‘마뜩치 않은 양보’ 혹은 ‘단일화 불복'이 아니냐는 야권지지층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안철수는 12월 19일 투표를 한후 1~2달 체류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문캠프측 지지자들 사이에 ”돕는 척만 하더니 당선되는 꼴도 보기 싫어서 나라를 뜨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안철수는 급작스런 미국행에 대해 “사퇴후 이미 생각해둔 일정이었다"며 “선거끝나면 대선 공과에 따른 논공행상문제가 떠오를텐데 제가 나가 있어야 문후보가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국날 문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국행 이유 등을 밝혔고, 문 후보도 크게 반겼던 일이었다”며 “저의 미국행에 대해 여러 억측이 나올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계속)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