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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신혜 "인디 음악처럼 잔잔한 감성을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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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윤 한경 텐아시아 기자) SBS ‘천국의 계단’의 ‘최지우 아역’으로 기억되던 소녀는 무럭무럭 성장을 거듭해 어느새 대한민국 20대 여배우를 대표하는 자리를 꿰찼다. 20대 중반을 향해가는 시점에 만난 SBS 드라마 ‘피노키오’는 박신혜를 어느 역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배우임을 확인시켰다.

SBS ‘상속자들’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박신혜는 비단 연기에서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진 느낌이 물씬 배어났다. 이제는 “사람들이 보고싶은 것만”이 아니라 “조금 불친절해보여도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최선임을 깨달았다는 그에게서는 배우 박신혜와 인간 박신혜 사이에서 충분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Q. SBS ‘피노키오’는 쌀쌀해질 즈음 촬영에 돌입해 겨울의 한 가운데서 방송이 끝났다. 기자 역할인지라 다른 작품에 비해 고생한 기억도 많을 것 같고. 소감이 어떤가?

박신혜: 허전하다. 멍하니 있으면 자꾸 촬영장 생각이 나서 일부러 피곤한데도 운동하러 가고, 움직이고 있다. 촬영장에서 애들이랑 장난치던 거, 촬영팀, 조명팀 스태프 분들이 얘기해주시던 거 다 생각난다.

Q. 뉴스를 볼 때도 스스로 좀 달라진 시각이 있겠다.

박신혜: 뉴스를 볼 때 리포트가 어떻게 생산되고 아이템 회의는 어떻게 하는 건지 등등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뒷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론 리포팅하는 게 굉장히 재밌었다. 짜릿하기도 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순간이 좋았다. 사실적으로 객관적인 입장으로 전달하는 게 어렵다는 것도 느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입장이 다르고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또 다른 시각을 가지니까. 그 중간지점을 잘 전달하는 게 어려운거구나란 생각을 했다.

Q.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진실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의 갈등이 있을 것 같다. 돌고 도는 소문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특히 ‘진실과 거짓’이라는 부분에 대해 느낀 지점이 남다를 것 같다.

박신혜: 예전에는 내가 이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들에게 항상 착하고 밝은 모습으로 잘 보여야해’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는 것이 다이고,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실망하시는 경우가 생기더라.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숨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려면 그게 친절하지 않은 모습이라도 그대로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중이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게 배우지만, 반대로 대중이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면 언젠가는 질리고 재미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대중이 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도 보여줘서 관계를 끌어올리는 것도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Q. 일과 관계에 대한 많은 성찰이 느껴진다.

박신혜: 어릴 때 친구들이 내가 가진 직업으로 인해 주변에서 다치는 모습을 봤고, 나 또한 그랬다. 이제는 그러기가 싫고, 조금은 냉정해보여도 거절할 때는 확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착하고 밝기만한 줄 아는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냉정할 땐 꽤나 냉정해서 사람들이 놀랄 때도 많다.(웃음)

Q. 기자라는 직업에 도전해보고픈 생각도 드나.

박신혜: 어떤 설문조사에서 보니 정말 힘들지만 만족도가 높은 직업으로 나왔다. 성취감이 굉장히 크다는 건데, 너무 힘들고 지치지만 본인 기사가 나왔을 때 뿌듯함이 있는 것 같다.

Q. 이종석 이유비 김영광 등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 중엔 누가 가장 기자에 어울릴까?

박신혜: 가장 잘 어울렸던 사람은 종석이 인 것 같고, 유비도 성격이 워낙 화통하고 좋아서 잘 적응할 것 같다. 진경 선배님은 정말로 기자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목소리나 화술이 멋지셨다.

Q. 최인하라는 인물은 밝고 똑부러지는 모습이 어찌 보면 실제 박신혜와 가장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박신혜: 인하는 늘 생동감이 넘쳤다. 살아있는 아이라는 게 느껴져서 연기하면서도 행복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었는데 작가님이 사랑스럽게 그려주셨고, 딸꾹질 연기 콘셉트도 계속 하다 보니 차차 자연스러워졌다.

Q. 그러고보니 SBS ‘상속자들’도 그렇고 늘 또래 배우들과 작품을 많이 한다.

박신혜: 넷이 모이면 웃음이 끊이지 않아 NG가 많이 났다. 떠들다가 FD 오빠들이랑 감독님께 불려가 혼나기도 했다. 심각한 장면은 그래도 집중해서 찍는데 모여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너무 많이 났다. (김)영광 오빠가 상대적으로 들어주는 편이었던 반면 나나, 유비, 종석이가 장난 유발자였던 것 같다. 가끔 연예계 마당발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나는 알고 보면 다 작품한 사람들이다. 의외의 인맥은 거의 없는데 어릴 때부터 해 오다 보니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Q. 기자 생활의 내면이 잘 보였던 작품인 것 같다. 기자에 대해 엿본 느낌은 어떤가.

박신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 많았다. 극중 얼음판에서 다칠 뻔한 학생을 구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던 장면에서 ‘기자는 사건을 지켜보고 뉴스를 만드는 게 공익’이라는 대사가 무척 와 닿았다. 기자들이 가끔 너무 심하게 질문하는 장면 등이 이해가 안 갔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걸 물어보는 그들도 마음이 아프겠구나, 하는 공감이 든다. 사건 현장 취재에 있어 미묘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그들 또한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겠구나란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Q. 드라마 전작이었던 ‘상속자들’에 비해 많이 성숙해지고 예뻐졌다는 얘기도 많이 들렸다.

박신혜: 얼굴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도 나이를 조금씩 먹어서일까?(웃음) 내 나이에 맞게 작품을 잘 만나고 있는 게 참 신기하다. ‘상속자들’ 이후 딱 내 나이 또래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피노키오’를 딱 만나게 됐다.

Q. 연말에 S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도 받았다.

박신혜: 눈물이 안 났다. 이게 무슨 기분인지도 모르고 ‘우와~ 내가 정말 받았어?’란 생각만 많이 들었다. 아역으로 ‘천국의 계단’으로 상을 받은 후 11년 만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브라운관 속에서 내가 커 오는 과정을 함께 했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Q. ‘상속자들’ 이후 1년 동안 영화도 찍고, 아시아 투어도 하고 정말 바빴을 것 같다.

박신혜: 알차게 보냈다. 투어 돌고 영화도 찍고, 혼자 여행도 다녀왔다. 친구와 함께 라스베가스에 갔다 그랜드캐년 등 3대 트래킹 코스 다녀오고 쇼도 봤다.

Q. 최근 2~3년 사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신혜: SBS ‘미남이시네요’부터였던 것 같다. 성인 연기자가 된 후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다시 신나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 때 마침 한류 바람이 불었고, 내가 찍은 드라마가 해외에서 방영되는 것도 신기했다.

Q. 박신혜에 대한 이미지는 밝고 맑고 생기있는 느낌이다. 배우로서 굉장히 강점이지만 또다른 방면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들 것 같다.

박신혜: 그래서 영화 쪽을 해 보고 싶다. 내가 주연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선배님들에게 배울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감시자들’ 같은 작품도 무척 좋고, ‘비긴 어게인’ ‘허’ 같은 작품도 정말 영감어린 영화였다.

Q. 이민호, 김우빈에 이어 이종석까지 당대 가장 인기 있는 남자 배우들과 다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 함께 한 이종석은 어떤 파트너였나?

박신혜: 종석이는 애교도 많고 책임감도 강하다. 연기하면서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면 ‘내 이야기를 귀기울이고 있구나’ ‘나에 대해 반응을 하고 있구나’ 란 점이 느껴져 호흡을 주고 받기 편했다. 민호 오빠나 종석이나 근석 오빠나 같이 작품했던 남자 배우 분들이 멜로를 하면 ‘꿀이 흐른다’고 하는데 그런 리액션을 주고 받기에 너무 좋은 배우들이었다.

Q. 이종석을 비롯해 최근 함꼐 연기한 남자배우들이 다들 185cm 이상 장신이었는데.

박신혜: 맞다. 내 키도 작은 키는 아닌데 이번에는 기자 역할이라 항상 운동화만 신고 나와 키스신을 찍을 때는 나무판 대고 속편히 올라가서 촬영했다.(웃음)

Q. 같이 연기 해보고 싶은 배우들이 또 있나?

박신혜: 연기 잘하는 남자 배우들이 정말 많다. 이제훈, 임시완, 이제훈, 유아인 씨 등 다들 자신만의 영역을 잘 구축하고 있는 것 같다.

Q. 얘기를 듣고 보니 20대 남자배우들은 늘었는데 영화에서 티켓파워나 연기력을 발휘하는 그에 비해 20대 여배우들은 적은 것 같다. 그래서 여배우들의 경우 나이대가 높아지는 것 같고.

박신혜: 아쉬운 부분도 있고,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특히 영화 건 시간과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매체다. 그런 면에서 30대 여자들에 비해 20대 여배우들만으로는 공감을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30대에 접어들면 ‘올드 미스 다이어리’나 ‘마마’같은 작품처럼 여자들만의 우정을 표현해보고 싶다. 파격적인 스토리가 아닌 여자들만의 소소한 이야기를 연기해보고 싶다.

Q. 잔잔한 감성을 좋아하나보다.

박신혜: 사람들이 너무 자극적이고 빨리 바뀌어가는 사회에 빨리 적응하지만, 그만큼 빨리 질려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인디 음악처럼 잔잔하고 말하는 듯한 느낌을 좋아한다.

Q. 노래나 음반 등에 대한 계획도 있나.

박신혜: 아직은 없다. 노래는 자연스럽게 드라마 OST에 참여하면서 해 왔는데 그 외의 앨범은 아직 잘 모르겠다. 친오빠와 함께 작업을 많이 했다.

Q. 올해 계획은 어떤 게 있나?

박신혜: 상반기에는 아시아 투어가 예정돼 있고, 하반기에는 학교(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해야 할 것 같다. 9월 복학해 드디어 졸업하려 한다. 우리 기수가 김범 고아라 김소은 강하늘 등 지금 활둥중인 배우들이 가장 많다. 나도 졸업과 함께 영화 한편 하고 싶다. (끝)

사진제공. 솔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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