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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수정에 대한 평가가 너무도 다른 한국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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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 특파원) “일본 공무원들은 참 일하기 편할 것 같아요.”

주일 한국대사관의 한 외교공무원은 지난주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경제 전망 수정을 보고 한 말입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가 1%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된 건 차치하고 플러스가 마이너스로 바뀌었지만 정부나 일본은행의 예측 능력을 놓고는 별 얘기가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3월 결산이어서 2014회계연도(작년)는 2014년 4월1일부터 2015년 3월31일까지 입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2일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GDP 증가율 전망치를 -0.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건 2009년 이후 5년만으로, 지난 7월 전망치(1.2%)보다 1.7%포인트나 내렸습니다. 2015회계연도(올해) 전망치는 1.4%에서 1.5%로 0.1%포인트 상향조정했습니다.

지난 21일엔 일본은행이 경제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지난해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0.5%로 내리는 대신 올해는 1.5%에서 2.1%로 올렸습니다. 지난해 10월 전망 이후 3개월만입니다. 일본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과 3개월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뒤바뀐 겁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가 얼어붙은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붙이면서 일본은행이나 정부의 예측 능력을 문제 삼지는 않았습니다. 일본 국민들이나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서는 크게 비난하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 일본의 한 신문사 동료 기자는 “전망은 틀리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했습니다.

이달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놓고 한국은행의 예측 능력을 문제 삼는 모습을 바다 건너에서 보니까 ‘한·일 양국이 달라도 너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4%로 0.5%포인트 내렸습니다. 지난해 4월 4.2%에서 7월 4.0%로 내린 후 3개월마다 전망치가 내려 온겁니다.

“중앙은행의 예측 능력이 이래도 되나”는 비난이 여기저기에서 나 왔습니다. 지난 23일은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 잠정치를 반영할때 지난해 성장률이 3.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3개월 전 전망이긴 하지만 예상대로 나온 덕분에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가는 모습 입니다.

도쿄특파원으로 오기 전에 한국은행을 2년간 출입한 저 역시 한국은행의 전망치가 큰 폭으로 조정되거나 어긋날 때면 예측 능력을 지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양국 여론이나 언론의 대응이 다른걸까요?

일본에서 오랫동안 주재원 생활을 하고 현재는 일본 법인장으로 있는 한 사장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여서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는 겁니다. 예측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지적하기보다 문제가 터졌을때 어떻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내향적이고 순종적이며, 자기절제의 마음을 미덕화하는 정체적인 국민성도 한국과 다른 평가를 내놓는 배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제전망을 자연재해와 비교한다는 게 약간은 무리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법인장의 생각에 일부 수긍이 갑니다. 사실 전망은 그 시점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근거로 예측하는 것이어서 틀릴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망치가 맞냐 틀리냐를 논하기 보다 자꾸만 떨어지는 수치를 놓고 한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플러스가 마이너스로 둔갑하는 건 좀 심하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 없군요.(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