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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까지 들은 단어수 차이가 불평등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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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국제부 기자)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전문직 자녀가 네살 때까지 사회보호 대상자의 자녀보다 단어를 3200만개 더 많이 듣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식 자본의 상속이 미국에서 신흥귀족을 만들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나온 통계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 등 지식산업이 발달할수록 경제력에서 지적자본이 갖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신분 상승의 장벽으로도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소득 전문직들이 자녀 교육에 더 많은 돈을 들이며 신경을 쓰는 것도 ”두뇌에 투자하는 것은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이같은 지적자본의 불평등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엄마 아빠가 결혼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교육 받은 고소득직은 비슷한 사람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부모의 결혼 단계부터 불평등은 25%정도 늘어난다”고 한 조사기관의 추산을 바탕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 차이로 이어집니다. 물가수준을 동일하게 맞췄을 때 1970년대초 미국에서 상류층이 자녀 교육에 소비하는 돈은 3000달러대였지만 2000년대 중반에는 8000달러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하위계층의 투자가 1000달러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대비됩니다. 대학 등록금 부담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이후 지난해까지 대학등록금 상승률은 중산층 소득 증가율의 17배에 달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격차가 지적자본의 격차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층 자녀 교육에 대한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아직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못한 영유아기에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결국 해법은 빈곤층 자녀들이 부유층 자녀보다 네살때 까지 3200만개 단어를 더 적게 듣는 격차를 어떻게 좁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autonomy@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7.0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