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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 힐미’ 논란, 또 다시 불거진 드라마 표절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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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란 한경 텐아시아 기자) 드라마 표절시비가 또 다시 불거졌다.

SBS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자 웹툰 작가 이충호 씨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MBC 드라마 ‘킬미, 힐미’의 아이디어 무단 도용을 주장한 것과 관련,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23일 이충호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다중인격자를 다룬 이야기는 많을 수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어왔다. 지금은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캐릭터로 유명한 ‘헐크’ 역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변주한 작품 중 하나로 유명하다. 내가 만든 ‘지킬박사는 하이드씨’ 역시 장르를 떠나서 이러한 변주의 일종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 작품의 탄생에 기반이 된 핵심 내용이자 아이디어(변주)는 ‘다중인격자의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다.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사업대행회사이자 투자사인 ‘클릭 앤 리버 스토리’는 2010년 나를 찾아와서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아이디어에 거금을 투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핵심아이디어가 ‘훅’이 있다’는 말도 들었고, 결과적으로 드라마 제작사는 거액의 판권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확보했으며,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현재 포털 사이트 다음 만화속세상에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스페셜 웹툰인 ‘하이드’를 연재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 사이트를 통해 ‘하이드’가 ‘킬미,힐미’의 표절이란 이야기와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킬미,힐미’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씨는 “2011년에 만들어진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2015년에 만들어진 드라마 ‘킬미,힐미’를 표절했다는 이야기에 화가 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킬미,힐미’와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유사하다고 느낀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이 씨는 “법학계에서도 아이디어 도용도 법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정도는 표절은 아니야’라면서 기존 웹툰의 테마, 설정, 구조, 핵심아이디어 등을 가져다가 쓰거나 웹툰을 무시 혹은 살짝 우회하는 경우를 지목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사실 막상 이러한 경우를 겪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원작인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와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결과적으로 제작 과정에서 상당부분 다른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드 지킬, 나’ 측은 나의 작품과 아이디어를 사용하기 위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였다. 할리우드에서도 작품을 만들면서 조금이라도 기존의 다른 작품의 침해의 여지가 있다면 아이디어와 설정 등의 사용에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권리를 확보한 다음 제작을 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아이디어 사용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다른 사람은 이를 적당히 바꾸어 무임승차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겠는가?”라며 통탄했다.

이 씨는 “나는 한 사람의 만화가임과 동시에 (사)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기도 하다”라며 “우리 협회에서는 지난 해에 ‘별에서 온 그대’ 측과 만화가 강경옥 씨의 갈등을 곁에서 계속 주시하며 만화계가 함께 대응하기 위해 논의를 해나갔고, 수많은 웹툰 작품들의 아이디어, 내용 등을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임의로 갖다 쓰는 사례에 대해 경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교롭게도 회장인 내게 이런 일이 생겼다”며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씨는 “지금부터 사업대행사인 ‘클릭 앤 리버 스토리’, 연재처인 ‘다음 만화속세상’, 그리고 만화단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고, 많은 만화가들이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은 이에 앞서서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드라마가 종영을 한 뒤 끝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방송중인 KBS2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도 방송 전 표절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영화 ‘관상’의 제작사 주피터필름이 지난해 8월 ‘왕의 얼굴’의 제작사 KBS미디어와 방송사 KBS를 상대로 한 드라마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낸 것.

법원은 두 작품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드라마 ‘왕의 얼굴’이 관상을 소재로 하면서 등장인물 간 왕의 자리를 놓고 갈등을 벌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영화 ‘관상’과 유사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주제나 소재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해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경옥 작가는 지난 2013년 SBS ‘별에서 온 그대’ 2회 방송 이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설희’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유사성 의혹을 제기하며 약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강경옥 작가가 손배소를 취하함에 따라 사건은 마무리됐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도진기 작가의 단편 추리소설 ‘악마의 증명’과 표절 시비에 휘말려 방송 내내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먼저 표절 의혹을 제기 했다가 이후 추리작가협회 측에서 표절을 주장하며 SBS에 정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SBS와 제작사 측에서 대응을 하지 않자 이후 7월에는 한국추리작가협회 측이 방송사에 공문을 통보내 “‘너목들’에 등장하는 쌍둥이 형제 법정 사건 에피소드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죄수의 딜레마'(두 공범자가 서로 협력해 범죄사실을 숨기면 증거 불충분으로 형량이 낮아지는 최선의 결과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죄를 고변함으로써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게 되는 현상)를 이용해 쌍둥이에게 혐의를 시인하는 과정 ‘악마의 증명’ 속 이야기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너목들’을 집필한 박혜련 작가가 표절 논란에 휘말린 ‘쌍둥이 에피소드’의 탄생 비화를 직접 밝히며 반박했다. 박 작가는 사건의 모티브가 지난 1997년 발생했던 ‘이태원 살인사건’이며, 실제로 쌍둥이들이 외모가 똑같은 점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사례가 많다는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SBS 드라마 ‘야왕’을 집필한 이희명 작가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정례이사회에서 이 작가가 집필한 ‘야왕’이 최란 작가의 극본을 표절했다며 한국방송작가협회 제명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희명 작가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국방송작가협회(이하 협회)를 상대로 제명처분 무효 확인 및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으로 대응에 나섰다. 원작자인 박인권 화백도 “충분한 비교 검토나 법적 유권해석 없이 제명부터 결정한 협회 측의 처사도 이해가 안 된다”며 이희명 작가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이 작가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 이 작가에 대한 한국방송작가협회(대표 이금림)의 제명처분에 대해 무효 판결했다고 밝혔다.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2′(이하 ‘TEN2′)은 웹툰 ‘프릭’ 표절의혹에 휩싸 인 바 있다. ‘프릭’을 연재한 스투툰의 운영자는 지난 2013년 공식 블로그를 통해 ‘TEN2′ 10화의 도입 부분이 만화와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OCN측은 “몇 가지 표현상 비슷한 점이나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나, 전반적인 전개나 주제의식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라며 표절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시청률 40%를 오가며 인기를 모았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뮤지컬 제작사 측이 “저작권 침해로 입은 손해 2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내면서 사건은 법정까지 갔다.

1심에서 재판부는 ‘선덕여왕’의 손을 들어줬다. “두 작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성격도 서로 다르다”는 것. 하지만 2심에서 이것이 뒤집혔다. “전체적인 줄거리가 일치하고 인물의 갈등 구조 등이 상당히 동일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MBC와 김영현 박상연 작가 등에게 위자료 1000만원 등 총 2억원을 배상하고 ‘선덕여왕’의 재방영을 금지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작가협회 산하의 드라마 ‘선덕여왕’ 저작권대책위원회(이하 방송작가협회)는 지난해 2월 표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법원 판결 후에도 표절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여전히 결론을 못 내린 셈이다.

방송 중에도 수차례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KBS2 드라마 ‘아이리스’는 표절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하지만 제기된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3년 8월, 소설가 이모씨가 “2003년 출판한 장편 소설을 표절했다”며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장면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제작사 측은 저작권 침해 논란을 둘러싸고 2010~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시나리오 작가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으나 비슷한 이유로 모두 승소했다. (끝)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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