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은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그동안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연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온 그는 박진표 감독의 끈질긴 구애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박 감독은 정준영이 그냥 좋았다고 말한다. 정준영이 연기를 하는 것은 첫 시도였기에 반대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준영 스스로가 안 할 것이라고 했었단다. 하지만 박 감독은 끝내 그를 자신의 배우로 만들고 말았다.
“그냥 좋았어요. 그만의 매력이 있는 아티스트잖아요. 미운 짓을 해도 미워보이지 않는 마력이 있고요. 누군가에게는 비호감으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좋았어요. 하면서도 내내 너무 예뻐 보였던 친구였죠.”
‘나를 믿고 해보자’라는 박 감독의 말에 결국 설득당한 정준영은 한 번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열심히 하는 그 본연의 성격답게 현장에서 꽤나 열의를 가지고 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그에 관한 의외의(?) 이야기 중, 지각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는데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영화 촬영 중에는 고정 프로그램이 많았고 MAMA 등 크고 작은 해외 스케줄도 지속적으로 소화해야했기에 꽤나 녹초가 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힘들다는 내색 없이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늘 그의 차에는 영화 시나리오가 있었으며, 안효봉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감독과 열심히 소통하려 했다.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음에도, 그는 첫 연기 도전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사실 안효봉이라는 캐릭터는 정준영이 예능 등을 통해 소비되어온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가상 결혼을 콘셉트로 한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당시만 떠올려보아도 그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온 정성을 다하고도 쿨할 수 있는 로맨틱한 남자보다는 어딘지 장난기 넘치고 튀는 캐릭터였으니 말이다. 보통 연기 첫 도전에는 그 본연의 캐릭터와 간극이 크지 않는 인물로 분해 나름의 안정성을 꾀하는데 자신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정준영으로서는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것 뿐이었다. 이번에 그와 함께 영화 작업을 한 스태프는 모두 “굉장히 열심히 한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 과정에서 특히나 박 감독을 감동시킨 일화도 있다. 극중에서는 중반부 짧게 등장하는 안효봉의 군시절 신 때문에 정준영이 머리를 짧게 깎고 온 것이다. 머리를 깎고 오라고 누가 설득을 한 적도 없었다. 박 감독은 “사실은 모자를 씌워서 그냥 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자르고 현장에 온 것을 보고 너무나도 고마웠다”고 말했다.
‘나를 믿고 해달라’는 구애를 받고 정말로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해준 정준영에 대해 박진표 감독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태도와 관계 없이 얼굴의 표정도 다양하고 끌어내면 끌어낼수록 더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박 감독이 생각하는 정준영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이다.
정준영에게도 역할의 크기와 관계 없이 ‘오늘의 연애’는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낯선 영화의 땅에서 그가 기존에 소비된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인물을 표현해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기에, 이 영화를 계기로 정준영이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활력의 크기는 더욱 자랄 것으로 보인다. (끝)
사진제공. CJ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