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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의 커뮤니티 대학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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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6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커뮤니티 대학의 학비를 무료로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공화당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예산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뉴욕타임스(NYT)가 때맞춰 영화배우 톰 행크스의 ‘오늘의 나를 만든 커뮤니티 대학’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974년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4년제 대학등록금도 없었지만 SAT(한국의 수능) 점수도 형편없었습니다. 나를 받아준 곳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2년제 채벗(Chabot) 커뮤니티 대학이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웠고, 학비도 공짜였습니다. 지원만 하면 누구나 받아주는 곳이었습니다.

남이 쓰던 중고 교과서를 살 수 있으면 회계나 물리, 외국어는 물론 자동차 수리 같은 기술까지, 원하는 모든 과목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해외근무를 마치고 전역한 군인이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아이들을 모두 키우고 배움터로 돌아온 중년의 여성들도 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나는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면서 연극에 대해서 알게됐고, 무대를 보면서 배우로서의 꿈을 키웠습니다. 말하기 수업도 자의식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할 일없이 빈둥거리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뉴욕타임즈를 처음 읽었습니다. LP판을 빌릴 수 있어 유진 오닐 작품을 몇 번이고 듣기도 했습니다. 영화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고, 새크라멘토에 있는 주립대학으로 편입했습니다.

짧은 미국생활에서 느낀 점은 미국의 장점중 하나는 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중 커뮤니티 대학이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합니다.

미국의 커뮤니티 대학은 1132개나 됩니다. 이중 96%는 공립학교입니다. 입학시험도 따로 없고, 수업료도 연 3000달러로 일반 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학생 숫자가 얼마냐구요? 770만명에 달합니다. 이중 ‘전업’ 학생은 310만명으로 4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60%는 파트타임 학생들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절반이 넘습니다. 연령도 20대 중반 이후 비율이 70%에 달합니다. 이중 40대 이상도 14%에 달합니다. 새로운 자격증을 공부하거나, 뒤늦게 학업에 눈을 뜬 젊은이들이 다시 새로운 삶의 도전을 시작하는 곳입니다.

톰 행크스의 글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저는 커뮤니티 대학을 미국인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과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해고당한 가장들까지 다음 인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합니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할 돈이 없는 고등학교 졸업생도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선 반값 대학 등록금 공약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소득상위 70% 가정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에서부터 아예 대학에 가지 못하고 가정의 생계를 짊어진 청소년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glee@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11.16(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