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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블랙먼데이에 세계가 전염 안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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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중국 증시에 19일 블랙먼데이가 찾아왔습니다. 이날 중국 증시 폭락을 현지 언론은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이날 3111까지 밀린 상하이종합지수의 낙폭은 7.7%로 7년만의 최대폭이라고 합니다.

두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우선 중국 증시의 폭락 원인입니다.그리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세계 경제 성장기여도로는 이미 미국을 앞선 중국에서 발생한 증시폭락이 왜 세계 증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는 가입니다. 이날 다른 아시아 주요증시는 물론이고 상하이증시 마감 이후 개장한 유럽과 미국 증시 역시 중국 증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증시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론 지난 1월16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정례기자회견이 꼽힙니다. 규정을 위반해 신용거래 업무를 수행한 증권사에 대한 처벌 조치가 공개된 겁니다. 때문에 19일 일부 중국 조간 신문은 블랙먼데이가 올까란 기사를 싣기도 했지요.

이번 처벌조치로 3개월 간 신용거래 신규 계좌 개설을 금지 당한 곳은 3개 증권사로 중신증권 하이퉁증권 궈타이쥔안증권입니다. 한국으로 얘기하면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같은 최고의 증권사입니다. 자오상증권 등 다른 9개 증권사는 일정기간 내 잘못을 시정하라는 명령과 함께 경고처분을 받았습니다.

신용거래는 중국에서 2010년 시작했습니다.2005년 증권법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했지만 투기 우려 때문에 차일 피일 미뤄졌었습니다. 이번 신용거래에 대한 규제가 유동성 우려를 낳으며 증시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는 건데요.여기에다 같은 날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위탁대출 제한조치 역시 유동성 우려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유동성 우려로 중국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12월초를 떠올리게 합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12월9일 5.43% 급락했었는데요. 당시 중국 정부가 RP(환매조건부 채권) 매매로 단기자금을 조달, 증시에 투자하는 금융사의 투기 행태를 막는 조치를 전날 저녁 발표한 데 이어 증권사 등에 단기 과열을 막기 위한 창구 지도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며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었지요.

두 차례의 증시 폭락 사건은 유동성 우려로 증시가 급락했음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중국 증시가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에 의존해왔음을 보여줍니다. 두 사건를 초래한 유동성 우려는 모두 정부 정책이 원인 제공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2월의 조치는 중국증권등기결산(한국의 예탁결제원)이 발표한 RP 매매 규제로 장내에서 이뤄지는 RP 매매 채권 대상을 신용등급이 AAA인 채권이나 발행기관 신용등급이 AA인 채권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당시 시장에선 정책의 ‘블랙스완’이라고 불렀습니다.전혀 예상치 못한 정책이었다는 거지요.

반면 이번 신용거래 규제는 지난해 증시급등 때부터 당국이 누차 경고해왔던 사안입니다. 때문에 이번 정책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예고됐던 ‘회색스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날려보낸 회색스완과 블랙스완이 중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는건 중국 증시가 여전히 ‘정책시’(政策市•정책에 의존하는 시장)임을 확인해줍니다. 문제는 최근 급등세를 타는 증시가 실물경제로 흘러갈 자금까지 빨아들이는 부작용을 키우면서 당국이 언제든 유동성 규제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이지요. 그게 블랙스완이든 회색스완이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관심은 중국 증시와 다른 나라 증시와의 동조화 여부입니다. 중국이 재채기 하면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건 이미 오래 전 얘기가 됐습니다. 중국 경제와 증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말이지요. 하지만 중국과 해외증시의 동조화는 이뤄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증시 폭락이 다른 곳으로 전염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중국 증시는 부분 개방된 상태입니다. 전염경로는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와 QDII(적격내국인기관투자가),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매매허용) 정도의 채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들 채널 모두 투자액 상한선이 있습니다.전염 경로의 너비가 좁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중국 증시 자체가 다른 증시와 동조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는 중국 증시를 급락시킨 원인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번처럼 순수히 중국 증시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급등락을 주도할 경우 다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처럼 증시급락 원인이 다른 나라 경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일 경우 다른 증시와의 동조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국 증시의 이번 폭락이 다른 증시와 동조화하지 않았다는 건 일각에서 이번 증시 폭락배경으로 경제 경착륙 우려를 꼽은 게 설득력이 떨어짐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중국 증시가 부분 개방된 상태에서 해외증시와의 동조화하는 증시영향 요인이 국제적인 영향력이 있는 지 여부에 좌우될 듯 합니다.
1.19 참사에서 중국 정책시의 한계와 해외 증시와의 동조화 조건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합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