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서 대리 작성에 지원금 일부 수수료로 떼 가기도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9555개(사단법인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달한다. 10년 전인 2004년 10월 8776곳에 비하면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는 최근 정부가 청년취업난의 타개책으로 청년창업 지원을 대폭 확대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670억 원에 이어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3853억 원을 청년창업지원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벤처의 신규자금 조달방법 중에서도 정부정책 지원금이 64.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창업시장에 막대한 돈이 유입되면서 유료 사업계획서 컨설팅 업체부터 벤처캐피탈 등이 청년창업가를 새로운 먹거리로 활용하고 있다.
●자소서 컨설팅 이어 창업 사업계획서 대리작성까지
지난주 초 만난 한 벤처의 청년대표 A씨(30)는 창업자본금에 자신의 돈을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청년창업 지원금으로 5천만 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나는 적게 받은 편”이라며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많게는 몇 억까지 받는 예비창업가들도 많다”고 전했다.
A씨는 그러면서 “20~30대의 젊은 청년들끼리 머리를 싸매고 제안서를 아무리 멋들어지게 써 봐야 창업 지원금을 몇 억씩 소위 ‘땡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 브로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 ‘청년창업컨설팅’을 입력하자 관련 온라인 카페가 여러 개 나타났다. 이 중 한 카페에 들어가 봤다. ‘1차 합격 보장’이라는 문구를 대문에 걸고 운영 중인 이 카페는 1차 사업계획서 심사부터 2차 면접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사업계획서의 경우 한 건당 5만원을 입금하면 내용 수정과 함께 부족한 부분은 직접 작성해준다”고 홍보했다. 여기서 합격할 경우 면접을 위한 일명 ‘비법 문서’를 제공하고 각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예상 질문 리스트도 뽑아 주고 있었다.
●원금・이자・컨설팅 수수료까지 ‘삼중고’
아예 지원금을 받아주고 이중 일부를 수수료로 떼 가는 컨설팅 업체도 많다. 이들 업체는 융자도 적극 권장한다. 사설 벤처캐피탈 업체와 계약을 맺고 청년창업가를 고객으로 알선해주기도 한다. 벤처캐피탈의 경우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이자가 10%로 중소기업청의 연 2.7%보다 이자는 높은 대신 자금 운용이 쉽다는 점을 들어 홍보하는 것이다.
이처럼 컨설팅업체를 통해 벤처캐피탈을 이용할 경우 청년 창업가들은 원금과 이자 외에 컨설팅 수수료까지 비용을 삼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기간 내에 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다.
5년째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 대표 권모씨(41)는 “주변의 많은 청년들이 컨설팅업체의 이야기에 쉽게 현혹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당장 쉬운 길을 찾기 보다는 서울시 등 공공기관의 컨설팅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