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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달린 아베 총리와 서청원 의원간 만남,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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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한국 의원단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특파원에 관저 회의실을 개방해 모두 발언을 듣을 수 있었습니다. 근 1년여만이라고 하는군요.

이날 서 최고위원은 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들고 아베 총리를 예방한 자리여서 꽁꽁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조금이나마 풀릴수 있을지 관심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만남도 서로의 입장차를 재확인한 정도에 그쳤습니다.

공개된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올해가 한·일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한·일 양국이 새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정상회담 전 위안부 문제의 성의있는 해결이라는 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아베 총리 역시 “군 위안부 문제는 가슴 아픈 일”이라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고노 담화를 부정하지 않으며 계승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 정치권 인사들이 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했던 말입니다. 서 최고위원의 “한·일관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며,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라고 강조한데 대해서도 문제 해결의 진전된 조치나 구상은 없이 “(군위안부 문제가) 정치, 외교 문제가 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3개월전인 지난해 10월 정의화 국회의장 일행 방문 때와 비교하면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 엿보입니다. 우선 면담에 응하는 아베 총리의 모습입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늦게 회의장에 도착한 지난 만남과는 달리 이번에는 약속시간에 ‘칼 같이’ 등장했습니다. 예정된 20분을 넘겨 28분간 진행된 면담 분위기도 화기애애 했다고 서 최고위원은 전했습니다. 끝나곤 한명 한명씩 사진도 찍고 개인적인 얘기도 나눴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의 마음을 사기 위한 서 최고위원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2006년 아베 총리가 처음 총리 집권 했을때 국내 한 종합일간지에 게재된 ‘명문가 정치인’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일본어로 번역해 사전에 아베 총리한테 보냈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의 집안을 얘기하면서 한국에도 정치 명문가 집안이 있는데 그것이 서 최고위원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제가 공을 들였습니다. 아베가 고맙다고 간접적으로 연락도 왔습니다. 한·일관계 열심히 풀기 위해 애쓴다고 아베 총리도 인식할 것입니다.”고 특파원단과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이날도 아베 총리는 서 최고위원에 “칼럼 보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도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와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사이가 좋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이지 박 대통령과 각별한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는 서 최고위원에 “박 대통령께 안부를 전해달라”는 얘기도 전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전체적인 면담 분위기에 대해 “이번 한·일의원연맹 의원단을 각별히 따뜻하게 대하는 걸 보고 저는 오늘 회의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날 의원단 일행을 만난 전 총리들과의 대화도 좋았다고 합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여러 정치·외교적 문제로)그동안 한·일관계 접촉이 적은 것 같다”며 경제·문화적 교류마저 줄어든데 우려를 표했다고 합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좋은 분인데 간혹 매끄럽지 못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훌륭한 지도자가 될 분이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서 최고위원이 “위안부 할머니들 평균 연령이 88세다. (뭔가 해결을) 해줘라”라는 말에는 나카소네 총리도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고 합니다. 서 최고위원은 “자신도 나이 많으니까 동감하는 눈치였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한·일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정치인간 왕래가 있을때마다 한·일 관계가 ‘조금은’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 없는 정상회담은 무의미하다”는 박 대통령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아베 총리간 입장차는 크게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서 최고위원의 말이나 생각 대로 ‘정말’ 한일 관계가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그의 말에 다시한번 기대를 걸어봅니다. “(특파원)여러분도 알겠지만 나는 국회의원이지만 뭐라도 만들어내는 사람 아니야?”(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