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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조심할 것은 '입'말고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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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정치부 기자) 국회의원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입’뿐만이 아닌 거 같습니다. 요샌 ‘언론사 카메라’도 신경을 써야할 것 같은데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 자신의 수첩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모 인터넷 언론 사진기자가 망원 카메라를 이용해 김대표가 손에 든 수첩 사진을 찍었는데요. 거기엔 “문건 파동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김 대표 조차 자신의 수첩이 찍혔는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진이 보도되자마자 한 측근이 보도된 사진과 함께 “대표님 지금 사진 찍히신거 기사로 나오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가 또다시 확인하는 모습이 사진기자 카메라에 찍혔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김대표가 수첩에 적힌 메모를 의도적으로 노출시켰다는 추측은 사실이 아닌 듯 싶습니다.

실수건 고의건 김 대표처럼 정치인들의 쪽지, 수첩,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는 모습은 순식간에 노출돼 언론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카메라의 망원 및 접사기능이 최첨단화 된 덕분일텐데요. 게다가 본회의장의 경우 김 대표처럼 맨 뒷좌석 기준으로 두세 번째 줄 의석은 몰래카메라에 가장 취약한 곳입니다. 이 자리들은 대체로 당 지도부 및 원내부대표단과 각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앉는데 바로 위층에 있는 사진기자들과 가까워 카메라에 찍히기 쉬운 각도입니다.

본 회의장 외에도 국회 곳곳에서 오고가는 쪽지와 문자메시지들은 사진기자들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 도중 우상일 문화관광체육부 체육국장이 야당의 질의를 받던 김종 문광부 차관에게 건넨 ‘여야 싸움으로 몰고가야’라는 내용의 쪽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었는데요.

당시 설훈 교문위원장은 “국회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즉각 회의를 중단시키고 김 차관에게 사과 및 우 국장의 징계를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 국장이 “윗사람을 모시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표현이 잘못 나갔다”며 “백배 사죄드린다”고 사과해 마무리됐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논동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역시 언론사 카메라 때문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국감장에서 비키니를 입은 외국인 여성을 보는 장면이 한 사진기자 카메라에 포착됐기 때문인데요.

해당 사진이 논란이 되자 권 의원은 “다른 의원 질의 도중 환노위 관련 기사를 검색 중 잘못 눌러서 공교롭게 비키니 여성의 사진이 떴다”며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명이 마뜩치 않았는지 이후에도 누리꾼들은 권 의원에 대한 비판을 줄기차게 이어갔습니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사건 당시에도 쪽지 노출 사건이 한차례 있었습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당시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했던 ‘북한의 어뢰 공격설’ 발언파장이 커지자 VIP(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의견이 담긴 ‘A4 메모지’가 김 장관에게 건네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메모에는 ‘어뢰공격설 발언을 급수습하라’는 취지의 청와대 주문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언론에선 청와대와 국방부가 ‘북 공격설’에 대해 큰 시각차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등 쪽지에 대한 파장이 생각보다 커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회 내에서 의원들의 공적·사적인 문자들이 노출되자 일부는 측면에서 잘안보이는 필름을 휴대폰에 붙여 카메라를 피하는 상황입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최근 휴대전화에 보안필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액정에 검은색 필름을 부착했는데 정면에서 보지 않으면 화면에 표시된 카메라에 찍히지 않기 때문입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