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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일 회장의 올해 투자전략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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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창업자 겸 회장(65)은 특이한 인물입니다. 개인재산이 30억 달러에 달하는 갑부지만 골프나 낚시같은 취미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돈에 대해서도 그는 단순한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신 그는 재산의 90% 이상을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자신이 번 돈으로 뭔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기쁘다고 합니다. 자녀들에게도 너무 많은 돈을 물려주는 것은 그들을 망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뉴욕 맨해튼의 칼라일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올해의 투자전략을 들어봤습니다.

▶현재 세계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회복기의 끝에 다다른 것 같다. 앞으로 1~2년 더 성장한 후에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과 2015년에 세계 경제는 3.5~4.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보다는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

▶올해 어떤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우선 미국 시장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법치주의, 투명성, 경영진의 질, 발달된 금융 시스템 등 모든 점에서 투자하기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금리인상은 우려할 필요가 없나요.
“금리 인상 자체보다는 사람들의 과민반응이 더 우려스럽다. Fed가 양적완화 축소, 즉 테이퍼링을 처음 시사한 2013년 5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신흥 시장에서 통화가치와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분노발작(temper tantrums)’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 때와 다르다.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금리인상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아시아의 투자가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 다음으로는 아시아다. 전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건전한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훨씬 젊은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요.
“그 중에서도 중국과 한국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장도 크다. 중국에는 14억명이 살고 있다. 휴대폰 시장이 미국보다 크다.”

▶중국의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중국 경제는 2014년에 7.3%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10조달러 규모의 경제가 7.3%나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은 현재 투자 및 수출 중심에서 내수 소비 위주의 경제로 전환도 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전반적으로 낙관적으로 본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2015년에 3.0~3.5%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은 안정적인 국가이며 거시 경제 상황도 좋다. 실업률도 낮고 통화도 안정적이다. 교육 수준도 높다.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그렇다. 하지만 종종 매력적인 투자 기회들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ADT는 스위스 타이슨이 기업 분할에 나서면서 적절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2008년 이후 한국에서 이뤄진 최대 바이아웃딜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투명한 회계, 수준 높은 경영진, 안정적인 거시 경제 등 매력적인 요인이 많다. 한국 경제의 규모는 구매력평가기준(PPP)으로 세계에서 12번째다. 경제 규모가 클 수록 딜도 더 많이 생기게 마련이다.”

▶과도한 가계 부채를 우려하는 투자자들도 많습니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실제 위기가 닥친 후에야 ‘이럴 줄 알았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전망이다. 하지만 내 판단으로는 한국 은행들의 대차대조표는 건전한 편이다. 정부도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다. 한국 정부가 거시 경제를 잘 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미래에 한국에서 신용 경색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에너지 업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유가가 120달러까지 갈 것으로 보고 과도한 투자를 했다가 부실화된 기업들이 많다. 사모펀드들에게는 기회다. 부실 채권 뿐 아니다. 에너지 관련 자산들의 가격이 무척 싸진 상태다. 앞으로 5년 후에는 유가가 예전 수준을 회복할 뿐 아니라 더 비싸질 것이다. 지금이 에너지에 투자할 좋은 기회다. 특히 한국과 같이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들에는 지금이 좋은 시기다.”

▶유가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전문가들조차 유가를 전망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내 추측으로는 배럴당 60달러 중반대에서 상승 전환할 것으로 본다. 내년말에는 배럴당 75~80달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주식 시장은 어떻습니까.
“오를 것이다. 올해 미국 경제가 3%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인플레이션율은 낮은 상태다. 하지만 얼마나 오를 지는 잘 모르겠다.”

▶금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요.
“개인적으로 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금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아마도 금값도 점진적으로 조금씩 오를 것으로 본다.”

▶아베노믹스는 성공할까요.
“아베 신조 총리를 몇번 만났는데 굉장히 스마트한 인물이다. 재선에 성공해 아베노믹스도 계속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세번째 화살, 즉 경제 구조개혁은 통화 및 재정 정책에 비해 어렵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계속 진전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본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투자할 기업을 정할 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둡니까.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두번째는 좋은 최고경영자(CEO)가 있는 지 여부다. 기존 CEO여도 좋고 우리가 새로 영입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CEO여도 너무 비싸게 샀다면 극복하기 어렵다. 역시 합리적인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보는 투자기준은 무엇인가요.
“기업을 매입한 뒤 경영을 개선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지 여부도 중요하다. 좋은 회사를 비싸게 사서 더 이상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투자가 아니다.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 밖에 예측가능한 현금흐름도 중요하며 어느 정도의 진입 장벽이 있어 경쟁자가 많지 않은 기업도 우리가 선호하는 매물이다.” /sglee@hankyung.com(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