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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스펙 열풍에도 채용공고 '명문대' 쏠림현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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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한경 잡앤조이 기자) # 지난 5일 서울 신촌 연세대 학생회관 2층 경력개발센터 앞. 센터 출입문 옆에는 기업 채용공고를 등록하는 게시판이 있다. 대규모 공채 시즌은 끝났지만 이 게시판에는 인재를 찾는 기업들의 모집요강이 가득하다.

# 경기 소재의 한 4년제 대학 취업센터 홈페이지는 요즘 하루 평균 접속자 수가 백 명이 채 안 된다. 하반기 공채 시즌 후 신규 채용공고가 급감한 탓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추천채용공고 카테고리의 새 글이 매달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2014년도 하반기 공채가 끝나면서 취업시장이 소강기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대학의 정규 수업과정도 마무리 되면서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은 본격적인 겨울 방학을 맞았다.

기업 인사담당자나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 컨설턴트 등 업계 전문가들은 취업전략 중 하나로 방학 때 인턴을 꼭 경험할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인턴 역시 지원단계부터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용규모가 많지 않은데다 인턴 공고가 일부 소위 ‘명문대’에 몰려있다는 게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턴은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이 적다는 점을 이용해 원하는 대학 출신자들만 받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들 채용공고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해당 기업 채용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대학 재학생이 아닌 경우에는 채용 소식조차 알기 어려운 셈이다.

신촌 연세대 경력개발센터가 담당하는 채용공고 게시판에는 현재 30여개의 모집요강이 새로 게재돼 있다. 모두 1월 들어 새로 인력을 채용하는 곳으로 인턴 외에 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에도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기업 종류도 다양하다. ‘CJ그룹 CSV경영실 글로벌팀’ ‘휴맥스 지속가능경영(CSR)팀’ 등 대기업부터 ‘존슨앤존슨 인사부’, ‘딜로이트 회계법인 조회서’ 등 외국계 인턴 채용공고도 있었다.

근처 이화여대의 경력개발센터 앞에도 ‘다음카카오 인사부’,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등 대기업 인턴 정보가 가득 게시돼 있었다. 서강대도 비슷했다. 이 학교는 이공계와 인문계 등 계열별로 분리해 상세한 채용공고를 제공했다.

반면 이들 소위 ‘명문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로운 채용공고를 유치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수도권 및 지방에는 아예 자체 공고 대신 취업포털사이트와 연계를 맺고 이 사이트에 등록되는 채용정보를 그대로 제공하는 대학도 많았다. 경기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먼저 연락해오는 기업이 거의 없는데다 학교가 직접 나서서 공고를 받는 것도 한계가 있어 아예 포털의 서비스 통째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들은 이 같은 쏠림 현상에 대해 “아직 많은 기업이 학력을 중요한 스펙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탈스펙 채용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학력 중심 채용 기조가 아직 만연해있다는 것.

서울소재 한 대학 취업센터장은 “기업이 채용공고를 우리 학교에 게시하도록 하는 건 공채 시즌 채용설명회를 유치하는 것만큼 힘들다”며 “특히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미 원하는 직원의 학력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의 센터장 역시 “대학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 등급에 따라 업무 내용이 확연히 다르더라”며 “일부 명문대 담당자는 센터 이메일로 기업들이 수시로 채용공고나 추천채용 안내문을 보내지만 우리 같은 중하위권 대학은 담당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기업 인사팀과 네트워크를 쌓아야 한다”며 씁쓸해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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