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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들이 애널리스트 접촉을 꺼리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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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증권부 기자) 흔히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 관계를 ‘갑·을’로 표현합니다. 큰 돈을 움직이는 매니저들이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특정 증권사에 수수료를 몰아줄 수 있어 매니저가 갑 대접을 받지요.

그런데 요즘 매니저와 애널리스트 사이가 예전같지 않다고 하네요. 매니저들이 애널리스트 접촉을 꺼리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할 때 처벌하는 규정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죠.

시장 교란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작년 말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죠. 앞으로 상장사의 미공개 정보를 간접적으로 듣고 주식을 매매한 펀드 매니저 등 2·3차 정보 수령자도 5억원 이하의 과징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한 금액의 1.5배가 5억원을 초과하면 그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 받습니다.

종전까지만 해도 1차 정보 취득자인 애널리스트를 거치기만 하면 간접 취득자인 펀드 매니저는 모든 처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탐방 등을 갔다가 들은 정보를 매니저에게 귀띔해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관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 백억~수 천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선 기업 및 시장 정보를 분석하고 가공하는 애널리스트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에게서 제공받은 정보가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지요.

한 매니저는 “그동안 애널리스트들이 신뢰할 만한 기업 정보를 갖고 있어 활용했던 측면이 있는데 지금은 그러기 어렵다. 어떤 정보가 합법적인 지 기준도 모호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운용사의 임원은 “펀드 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간 관계가 소원해지면 애널리스트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더군요.

시장 침체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옵니다.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는 쪽이 있지만, 오히려 정보를 ‘상납’하지 말고 매니저들과 대등한 관계를 정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더군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