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선 호랑이 대신 사자가, 닭대신 금시조(용을 먹고 산다는 상상의 새·가루라·가루다)가 12지에 포함된다. 베트남에선 고양이와 금시조가 12지 상징동물로 들어간다. 고대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에선 목우(牧牛),산양, 사자, 나귀, 게, 뱀, 개, 고양이, 악어, 홍학, 원숭이, 매가 12지를 이뤘다. 동아시아에 12지에 없는 동물인 사자, 나귀, 게, 홍학, 매 등이 포함된 게 주목된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선 쌍어(雙魚)와 쌍녀(雙女)를 비롯해 금으로된 소, 실녀(室女), 천칭, 인마(人馬) 등 상상속의 동물과 사물이 골고루 들어갔다.
중국의 소수민족 사이에서도 12지 구성 동물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계서(桂西)의 이족(彛族)은 봉황, 개미, 사람, 참새를 12지에 집어넣었다. 애뢰산에 사는 소수민족은 천산갑을, 해남지역 소수민족은 벌레를, 운남성에선 뱀과 큰 뱀을 나누고 코끼리를 포함했다. 신장지역 유오이족은 물고기를 키르기스족은 여우를 띠 중의 하나로 삼는다.
한국과 중국의 12지와 동일한 동물 군이라 하더라도 출발 순서가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몽골족의 경우엔, 12지의 순서가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쥐, 소의 순으로 돈다.
12지라는 것이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아시아로 전해졌다는 설이 있는 만큼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자연환경에 맞춰 변형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청나라 때 조익이 지은 『해여총고』라는 책에선 “개북 풍속에 처음에는 소위 자축인의 십이지라는 것이 없었고 다만 쥐·소·호랑이·토끼 같은 것으로 계절을 나눴다. 중국에 전해져서 서로 따르지 않으며 폐지하지 않았다”라고 전한다고 한다. 저명한 중국 문학연구자 곽말약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서아시아식 천문도상이 중국에 전래되면서 12지사 생겼다고 봤다. 황도12궁도의 동물을 중국식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중국인과 친밀한 12동물로 바꿨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아는 12동물이 자리 잡은 시기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975년 후베이성 운몽현 수호지 11호 고분(진시황 30년인 B.C.217년 조성됐다고 한다.)에서 출토된 죽간에선 ”자는 쥐다(子 鼠也)”“축은 소다(丑 牛也)”“인은 호랑이다(寅 虎也)” 등의 12지와 동물의 대응관계를 설명하는 문장이 나왔다. 오늘날 동물 배열과 다른 것은 사(巳)를 뱀이 아니라 벌레로 대응시켰고, 오(午)를 말이 아니라 사슴(鹿)으로 설명한 것이다. 미(未)도 오늘날처럼 양이 아니라 말(馬)로 지칭되고 있고, 술(戌)도 개가 아니라 늙은 양(老羊)으로 돼있다.
오늘날과 같은 동물들이 12지로 나오는 것은 동한(東漢)시대 왕충(王充·27~97?)이 쓴 『논형(論衡)』이라는 책부터 라고 한다.
이 세상에는 우리 눈에 익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생각만큼 당연하지 않은 것도 적지 않은 듯하다.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서로 다른 12지 동물들은 그런 생각을 다시 한 번 더해 보게 한다. 양띠 해를 맞아 12지와 얽힌 역사를 다시 살펴봤다.(김동욱 증권부 기자)
***참고한 책***
허균, 십이지의 문화사, 돌베개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