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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8단' 서청원 최고위원의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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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친박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무성 대표 사이에 전운(戰雲)이 짙게 깔렸다.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 등으로 충돌지점이 널려 있는 집권 후반기 특성상 ‘비박(비박근혜)’과 ‘친박’을 대표하는 둘의 격돌은 이미 예견됐었다.

최근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인사권에 반기를 들었다. 당 대표가 전권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이하 여연) 소장 임명에 제동을 건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가 예정대로 여연 소장 임명을 안건으로 올리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김 대표가 여연 소장 후보로 밀고 있는 이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이다. 서 최고위원은 “왜 박 이사장을 여연 소장으로 임명할려 하느냐"고 발끈했다. 이어 둘의 설전은 서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서야 끝이 났다. 김 대표가 일단 안건을 보류했지만, 불씨는 잠복해 있다.

김 대표는 박 이사장의 인선을 강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인선안이 대내외에 알려진 상황에서 철회할 경우 당 대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안건은 보류된 것이고 곧 다시 상정해서 의결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이 박 이사장을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박 이사장이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여러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전력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제3정당인 국민생각을 창당해 새누리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전여옥 전 의원을 영입하고 친이계 인사를 끌어들였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다.

또 2005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 당시 행정도시법(세종시) 찬성에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까지 했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 이유도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친박계로선 박 이사장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7선의 정치경력에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8단'인 서 최고위원이 ‘대통령이 싫어할 것’이란 추측만으로 당 대표 인사권에 반기를 들었을 것 같지는 않다. 당 대표가 인사권을 강행하면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인데다 ‘대통령 심기’보호는 명분은 고사하고 옹색하기 까지 해서다.

당내에선 서 최고의원이 2가지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한다. 김 대표가 취임후 주요 당직에서 친박계를 배제시킨 것에 대한 무력시위및 향후 당원협의회(국회의원 선거구)의 조직위원장 인선에서 친박계를 심기를 위한 선전포고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여연 소장 임명을 반대한 본심은 사실 이번 조직강화 특위 심사대상 지역 중 하나인 경기 수원갑(장안구)에 지원한 친박계의 박종희 전 의원을 선정해 달라는 무언의 요청 아니겠느냐” 고 말했다.

김 대표도 산전수전을 다 거친 정치인이다. 서 최고위원의 노림수를 모를 리 없다. 김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1월 중순 당협위원장및 4월 보궐선거 지역 공천을 마무리짓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듣기에 따라 친박계를 향한 ‘엄포'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기자가 “박세일 여연 소장 임명안에 대해 서 최고 측과 어떻게 조율을 거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친박’과 ‘비박'을 대표하는 둘의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