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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동 최고위원 재선은 '삼둥이'손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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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정치부 기자)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정계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 김좌진 장군과 아버지 김두한 전 의원의 후광효과가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의정활동 중에는 인기 배우인 아들 송일국씨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있었습니다. 송 씨는 2012년 19대 총선 기간에 김 의원 유세장을 찾아다니며 여성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김 최고위원은 아들 송씨를 제쳐놓고 ‘삼둥이'손주 자랑에 입에 침이 마릅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송씨의 세 쌍둥이 아들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덕분에 예전엔 ‘장군의 손녀’, ‘김두한의 딸’로 알려졌던 김 최고위원은 요즘엔 ‘송일국 엄마’를 넘어 ‘삼둥이 할머니’로 불립니다. 그는 최근 기자를 만나 자신의 재선이 순전히 ‘삼둥이' 덕분이고, 이들을 ‘대한' ‘민국' ‘만세'로 작명(作名)한 배경도 털어놨습니다.

유명 중견배우 출신으로 당시 높은 인지도와 표 동원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에선 그의 19대 총선 공천에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도전장을 냈던 서울 송파병은 24년 동안 새누리당에서 의원을 한 번도 당선시킨 적이 없었던 이른바 ‘야당 텃밭’인 데다, ‘장군의 손녀’ 후광효과가 재선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김 최고위원은 “다른 지역은 공천은 다 하면서 요상하게도 거기만 아무런 이유없이 공천 발표 마지막날까지 발표를 미뤘다”며 석연치 않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공천 발표 마지막 날인 2012년 3월16일 오전 9시에 삼둥이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 후 정확히 1시간만인 오전 10시께 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선 김 최고위원을 서울 송파병 후보로 공천했습니다. 그는 “그 바람에 대한·민국·만세로 불렀던 세 쌍둥이 손자들의 태명을 그대로 호적에 올리고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고 당시의 감격을 전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독립투사였던 할아버지(김좌진 장군)께서 제가 나라를 위해서 좀 더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공천발표일에 딱 맞춰 삼둥이 손자들을 보내주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상황도 재미 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선거운동을 하러 지역에 다니니까 어디서 삼둥이 손자들을 봤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유권자들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애국가 집안에서 진짜 애국을 했다’며 먼저 반가워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조상 덕에 자식 복까지 김을동은 재수가 좋은 사람’이라며 김 최고위원의 손을 만지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우호적인 분위기 덕에 1~2% 표차로 힘겹게 승부를 했던 다른 서울 지역과 달리 5800표 이상 표차로 이겨 당선됐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모든 게 어찌보면 처음부터 다 삼둥이들 덕분”이라고 흐뭇해 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 앞에서 삼둥이들이 진짜 ‘복덩이들’이라고 여러 차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아들 송씨가 ‘곤욕’을 치렀던 일을 귀띔해 줬습니다.

송 씨가 김 최고위원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 독도 방문 당시 동행했다가 한류 바람의 원조였던 일본으로부터 괴씸죄에 걸려 입국금지 조치를 당했는데요. 그가 출연한 드라마 역시 일본 내 방영이 금지되면서 그는 캐스팅 최상위 배우에서 최하위 배우로 곤두박질쳤다고 합니다. 이후 2년 동안 어떤 작품도 하지 못했는데요.

그 때 삼둥이가 태어난 겁니다. 어차피 쉬게 된 이상 송 씨는 2년 동안 직접 아이들 목욕부터 기저귀, 빨래까지 모두 직접 도맡아 하며 아내 못지않은 정성을 들였다는데요. 아이들도 엄마란 말보다 아빠란 말을 먼저 내뱉었다는 게 김 최고위원 얘기입니다.

그는 “그 때부터 평소 하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지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대로 드러나니까 더 큰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삼둥이들도 2년 동안 무수입이었던 아빠의 무한 봉사를 알아챘는지 지금은 송씨와 여러 광고도 찍으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당 최고위원에 오른 김 최고위원과 더불어 아들 송 씨와 세 손자까지 인기를 얻자 정치권에선 송 씨가 뒤를 이어 ‘현재 살고 있는 인천 연수구 총선에 출마할 거다’, ‘어머니 지역구인 서울 송파병을 물려받을 거다’와 같은 갖가지 출마설이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자도 살짝 말을 돌려 “3대 국회의원(김두한-김을동-송일국) 기록을 세울 생각은 없냐”고 묻자 김 최고위원은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는 “지금은 돈 벌어야 해요. 세쌍둥이 키우려면...”이라고 웃어넘기면서 “정치라는 게....”라고 말끝을 흐렸는데요.

그러다 갑자기 아버지 얘기를 꺼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재산 한 푼 없이 정치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며 절대 정치는 안하겠다고 맹세하며 배우의 길을 택했던 나인데 지금은 운명처럼 (정치를) 하고 있다”며 “숙명으로 이 집안의 몫을 하라고 태어났듯 (아들 문제도) 숙명인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송 씨의 정계 진출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둔 셈입니다. 독립군 집안 3대가 국회의원을 하는 진기록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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