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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외 영화관 체인 잇따라 인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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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전문기자) 중국 자본이 해외에서 잇따라 영화관 체인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25일자 한국경제신문엔 메가박스가 중국계 투자회사인 오리엔트스타캐피털에 팔린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앞서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엔 중국 부동산 업체인 다롄이팡의 쑨시솽 회장이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투자펀드가 호주 2위 영화관 체인인 호이츠그룹을 인수한다는 기사가 나왔지요. 쑨시솽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다롄완다그룹은 2012년 미국의 2대 영화관 체인인 AMC를 인수했지요.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대주주가 맥쿼리펀드인 메가박스의 경우 한경에 따르면 부채 포함해서 매각가격이 5600억원대에 이릅니다. 호주 최대 사모펀드인 PEP가 소유한 호이츠그룹은 호주언론인 호주파이낸셜리뷰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7억3000만달러(8046억원)에 달합니다. 다롄완다그룹의 AMC 인수 규모는 26억달러(2조8659억원)였습니다.

중국 자본이 영화관 체인 인수에 잇따라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CJ의 영화사업 진출 과정에 답이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CJ그룹 노혜령 상무의 얘기입니다.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이 설립한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며 합작관계를 맺을 때 드림웍스가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에게 콘텐츠 제작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합니다.

의아해하는 CJ의 두 경영자에게 “콘텐츠 배급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 제작은 리스크가 크다”는 조언이었다고 합니다.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이 귀국 비행기 안 에서 지금처럼 유통과 콘텐츠 제작을 연계하는 CJ 문화사업의 가치사슬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 완다그룹의 행보에서 CJ형 문화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완다그룹은 2012년 AMC 인수에 이어 올들어선 영화 ‘헝거게임’ 제작사로 유명한 라이언스게이트와 ‘007영화’로 유명한 MGM 인수에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한때 라이언스게이트 인수에 나선 이유 역시 영화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자체 인터넷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위해서입니다. CJ의 경쟁상대가 늘어나는 겁니다.

중국 자본의 해외 영화관 체인 인수 러시는 특정 기업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모두 하는 것을 대기업의 문어벌식 확장이라고 보는 일각의 시각이 단견임을 보여줍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