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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덮어주기, 나비효과? 땅콩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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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비행기 돌리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비행기에서 내리라는 말만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땅콩 리턴’ 조사결과 브리핑을 하면서 지난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진술이라며 전한 말입니다. 운항안전과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풉~" 하는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물을 마시고 있던 기자는 입안의 물을 뿜을 뻔 했습니다. 귀를 의심해 재차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같았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비행기 돌리라고 한 적은 없고, 하기(下機)하라고만 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2005년 아이돌 가수 김상혁 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한 조 전 부사장의 의식 수준도 그렇지만, 이를 그대로 전하는 국토부 관계자도 선뜻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그렇잖아도 사건 발생 초기 감독부처인 국토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조사과정에서는 조사팀 일부가 대한항공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토부의 대한항공 봐주기 혹은 유착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의혹의 눈길이 조 전 부사장에서 대한항공을 넘어 국토부로 향하자 같은 날 밤 서승환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국토부 조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나 장관 ‘말씀’의 효력은 24시간을 채 못갔습니다. 지난 8일 박창진 사무장을 조사할 때 대한항공 임원은 조사실 밖에 있었다는 국토부의 발표가 하루만에 뒤집어졌기 때문이죠. 17일 밤 박 사무장은 “조사 받을 때 회사 임원이 같이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상황이 다급해진 국토부가 18일 오전 부랴부라 ‘자체감사 착수’라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국민들은 더이상 국토부를 믿지 않게 됐고, 급기야 검찰에서도 국토부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비효과’ 아니 ‘땅콩 효과’라고 해야겠군요. 미국 뉴욕에서 땅콩 한 봉지로 시작된 사건이 어디까지 확대될 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걱정이 앞섭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