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재 뒷 얘기

변호사 2만명시대...법조계에 증오만 넘친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배석준 지식사회부 기자) 판사 검사 변호사로 구성되는 법조계에서 서로에 대한 증오가 넘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국내 등록 변호사 수가 2만명을 넘어섰죠. 2006년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지 불과 8년만으로 한편에서는 변호사 2만명 시대가 열렸다고 축하가 이어졌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변호사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2015년 새해를 앞둔 현재 변호사 숫자 증가로 인한 어려움, 불공정한 채용 관행 등으로 인해 법조계에서는 적대감과 증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변호사들은 판사와 검사가 속한 법원과 검찰에 대한 적대감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법원과 검찰에 속한 법조인은 기본적으로 편하고 대접받는 법조인이란 생각이 팽배합니다. 변호사 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변호사들도 속출하고 있는데 법원이나 검찰은 서초동의 차가움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선거 과정에서도 이같은 점은 잘 드러납니다.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 고위직에 있다 나온 변호사가 대한변협 회장이 되는 것은 변호사 업계의 상황을 전혀 몰라 큰 문제”라며 “더욱이 그들은 대한변협 회장이 되고 나면 법원이나 검찰 입맛에 맞게 정책을 집행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2015년 법관 임용을 둘러싼 갈등과 검찰의 경력 검사 채용에 대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내년 법관 임용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판사 임용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투명한 서류전형 과정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어떤 기준으로 판사를 뽑는지 알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이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뽑은 사람을 다시 판사로 뽑는 식으로 사실상 법조일원화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것이란 우려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작년 로클럭 출신이 10대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채용될 수 있도록 10대 로펌을 상대로 한 채용설명회를 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법원이 특정한 이들을 위한 인사청탁에 나섰다”는 법조계 내부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되긴 했습니다.

검찰도 경력 검사 임용을 둘러싸고 공정성 문제가 제기 됐습니다. 현재 지자체 장을 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대형 로펌에 입사했다 검찰로 들어가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서초동에서 일하는 한 변호사는 “법관이나 검사 임용 과정이 불투명, 불공정하기 때문에 거기서 탈락된 변호사들은 납득이 안된다”며 “법원이나 검찰을 향한 변호사들의 상실감과 적대감이 왜 생겨나고 있는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 업계 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반목이 심합니다. 소위 7대 대형 로펌이나 10대 대형 로펌은 연봉이 약 1억원에 달하지만 나머지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형 로펌은 몸집 불리기에 나서 중형 로펌들이 맡아 오던 기업 사건까지 모조리 쓸어가고 있습니다. 대형 로펌은 갈수록 많은 돈을 벌고 그렇지 않는 변호사들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가 소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로스쿨 출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스쿨 출신 중에서는 “집안의 든든한 후광이 있거나 나이 어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 출신들만 우대한다”며 분노를 표출하는 변호사도 많습니다.

30대 중반에 서울 소재 로스쿨을 졸업해 서초동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 성적이 공개됐으면 더 좋은 로펌이나 검찰 등에서 일할 수 있었을 텐데 성적 비공개로 나이가 많은 변호사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50대의 자리잡은 변호사와 이제 갓 사회에 진출한 변호사 사이에서도 증오가 팽배합니다.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로펌과 법률사무소들이 6개월 이상 의무연수를 받도록 한 변호사법을 악용해 이 기간 동안 월 100만원을 주거나 0원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서울 소재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실무연수 6개월을 마치자 몸담았던 법무법인에서 ‘추가 3개월 수습 후 재고용’ 조건을 제시해 혼자 개업하기도 했습니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도 상황이 낫지 않습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하며 사법시험 출신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는 고객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40~50대의 자리잡은 변호사들이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아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어 그들에게 유리한 상황입니다.

변호사 업계 외부 상황도 변호사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로스쿨 교수들은 변호사 숫자 대폭 증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는 변호사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외부 발언을 하고 있는 로스쿨 교수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입학 정원 대비 기준이 아닌 응시자 기준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영호 로스쿨협의회 이사장(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행은 입학 정원 대비 75%로 고정해두고 있어서 불합격자가 적체되면 나중에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구조”라며 “응시자 대비 75%로 해야 형평성이나 합격 예상 가능성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지연 연세대 로스쿨 원장은 “변호사의 공급과 수요 문제는 시장에서 저절로 조율될 수 있는데 정부에서 이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죠.

법조계가 증오와 적대감이 가득한 곳이 되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생존 문제, 매년 쏟아지는 변호사 문제, 판사 검사 임용 과정에서의 불투명성, 불합격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법조인들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 증오와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증오가 범람하는 곳으로 두는 것은 한국 사회의 낭비이며 많은 비용을 갈수록 요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법조계는 적의와 증오가 아닌 공정과 정의를 외칠 수 있는 법조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