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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최민희, 두 강경파 의원의 어색한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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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진 정치부 기자) “내가 웃는 게 웃는게 아니야~.”

한 대중가요 가사처럼 17일 국회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눈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과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속마음도 이랬을 겁니다.

대표적 앙숙관계인 두 여야 의원은 양당 원내대표가 ‘라이스 버킷 챌린지’ 다음주자로 지목하는 바람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화해하는 포즈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주고받는 말에는 가시가 돋혀, 여전히 앙금이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6일 열린 임시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앙숙지간인 둘이 충돌했습니다. 이날 최 의원은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이 ‘몰래 카메라 시계’ 2대를 구입한 것에 대해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된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내부 감찰용으로 산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최 의원은 “도대체 뭐가 무서워 특검을 안하냐"며 청와대와 여당을 거세게 몰아부쳤습니다.

그러자 다음 질의자로 나선 이 의원이 “최민희 의원이 참 공상소설을 쓰고 있구나. 한마디로 해서 요새 정치인들 진짜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며 최 의원을 직접 겨냥해 막말을 퍼부었는데요. 이를 지켜본 야당 의원들은 “누구 버릇을 고쳐?”, “사과하라”며 강력 반발해 분위기가 험악해졌습니다.

최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제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저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표현을 했다. 이게 맞는 일인가”라며 “이렇게 무시당하고, 특히 여성 의원들 이름만 주로 거론하던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해당 의원에게 공개 사과하도록 해 달라. 사과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요새 국회의원들이 직위를 이용해 조그만 단서를 가지고 추리소설, 탐정소설 쓰듯이 확대왜곡 ,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는 듯 했는데요.

이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6일 쪽방촌 사람들에게 쌀을 기부하는 릴레이 행사인 ‘라이스 버킷 챌린지’를 마친 뒤 다음 주자들로 두 의원을 지목하며 두 사람의 화해를 유도했습니다.

두 원내대표 제의에 누가 먼저 행사장에 나타날까 잔뜩 기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최 의원이 먼저 나타났는데요. 잠시 후 이노근 의원이 쭈삣쭈삣하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최 의원은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두 사람에게 기자들이 “악수 좀 하시죠” 하자 이 의원이 멋쩍게 최 의원 옆으로 붙으며 어색한 악수를 청했습니다.

원수처럼 느껴졌던 이 의원과 악수한 최 의원도 민망하고 어색했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 했습니다. 이 의원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했는지 “내가 쌀집 아들이라 시골에서 쌀 많이 들어봐서 별로 힘들지도 않다”며 말을 돌렸습니다. 그 와중에 최 의원은 그동안 많이 미웠는지 애증어린 눈빛으로 이 의원 팔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기자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화해하는 거냐”고 묻자 이 의원은 “우리가 언제 크게 싸웠나요”라고 답했습니다. 순간 주위에선 한바탕 웃음이 터졌는데요. 그렇지만 최 의원은 앙금이 안가셨는지 “제가 구박받은 거였죠. 이제 제가 반만 용서해 드릴께요”라며 응수했습니다.

기자가 또 다시 “최민희 의원과 함께 한 소회가 어떻냐? 최 의원을 평가해달라”며 짖궂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의원은 “특위에서 두 번 같이 활동하면서 최 의원 성격과 스타일을 알지만 최 의원이 저를 잘 아는지는 모르겠다”며 “앞으로 크게 커갈 인재이자 민주당의 기둥이 될 것”이라며 마지못해 덕담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정치하다 보면 그런 거니까 어제 일 너무 상심하지 말고 이해하길 바란다”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최 의원 옆이라 긴장했는지 말하는 내내 이 의원 입주위는 부르르 떨렸습니다.

최 의원은 이 의원을 보며 생각이 많았는지 평소와 달리 말을 더듬었습니다. 그는 “이노근 의원님...은 뭐....저희...둘....사이에 감정이 있다거나 전혀...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저한테 잘해주실 거죠?”라고 물었습니다. 이 의원이 “네!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행사는 화기애애하게 끝나는 듯 했습니다.

기자는 이렇게 풀린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아니었는데요. 다음 라이스버킷 주자들인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과 남윤인순 새정치연합 의원과 넷이서 사진촬영을 하게 되자 기자들은 두 의원을 옆에 붙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 의원이 “으응~”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남윤 의원 옆에서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본 이 의원은 멋쩍게 웃으며 김 의원과 함께 찍은 뒤 그대로 퇴장했습니다. 이처럼 진영을 달리한 정치인들의 화해는 언론을 향한 ‘제스처'일 뿐입니다.

국토교통위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로 둘은 상임위가 달라 서로 부딪힐 일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경파로 분류되는 성향 및 초선과 비례대표로서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사정상 둘의 충돌지점은 널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