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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가 산타복 입었지만 '산타랠리' 기대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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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 증권부 기자) 연말을 맞아 여의도 증권가에 '산타 황소'가 등장했습니다. 대신증권이 연말 주가 상승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앞마당에 있는 황소상에 산타복을 입힌 것입니다. 강세장(Bull market)을 의미하는 황소가 산타복까지 입었으니 ‘산타랠리(Santa rally)’를 기대해도 될까요?

산타랠리는 연말 연초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증시용어입니다. 유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서양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은 기업들이 각종 보너스를 지급하고, 가족들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소비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소비 시즌입니다.

매출이 늘면서 상장사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연말 휴가를 앞둔 펀드매니저들이 미리 매수 포지션을 쌓아두면서 주가가 오르게 되는데 산타클로스가 가져다주는 선물 꾸러미 같다는 뜻에서 이를 "산타랠리"라고 부르게 된 거지요. 이같은 계절 효과가 매년 반복되다 보니 연말이 되면 의례히 산타랠리를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나옵니다.

늠름하던 황소가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산타복까지 입었는데 요즘 주식시장 분위기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유가 하락에 엔저, 유럽 정치불안까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각종 악재들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는 연일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는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놓고 휴가를 떠나기보다는 오히려 팔고 맘 편하게 쉬다 오려는 심리가 강할 테니 수급도 좋을 리가 없구요.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숨만 쉴 따름입니다. 연말 주가가 좋아야 연초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질텐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새해 시작도 썩 좋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주가 하락 요인이 외부에 있으니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요. 연말 자금 수요가 국내에서는 오히려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12년을 제외하면 최근 3년간 국내 증시에는 산타랠리가 나타난 적이 없습니다. 올해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는 물건너 간 분위기입니다. 흐린 날씨 탓일까요? 산타복을 입은 황소가 왠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