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통일부 '북한 경제 회생 쉽지 않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대훈 정치부 기자)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다소 나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일부는 최근 ‘김정은 정권 3년 평가와 전망’이라는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경제분야에서 자본주의의 ‘맹아(萌芽)’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의 제도화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주민생활 향상에 미칠 영향도 적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꼬인 대외관계도 북한 정권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 주민생활 나아졌다

통일부는 북한의 서민경제에 대해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주민들이 국가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평했습니다. 이른바 ‘장마당 경제’가 활성화됐다는 이유입니다. 배급제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에서 소득을 얻거나 생필품을 사는 주민의 비율도 80%를 넘어섰다고 통일부는 분석했습니다.

북한 경제는 전적으로 식량 사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았고 식량 사정도 비교적 좋아졌다고 합니다. 최근에 북한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을 둘러본 북한 관련 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식량 사정도, 북한 주민의 옷차림도 확실이 나아졌다. 예년에는 지붕 위에 강냉이(옥수수)를 올려놓는 건 상상도 못했다. 훔쳐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옷차림에서도 예전엔 10명(북한주민)을 만나면 7~8명의 행색이 남루했다면 지금은 2~3명 수준으로 확실히 줄었다. 몇 년새 확 달라졌다,”

시장화가 이어지면서 휴대폰 화장품 등 한국산 생필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북한의 휴대폰 보급률은 2012년 100만대를 넘어섰고 올해엔 240만대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직까진 대부분 중국산으로 알려졌는데, 간혹 한국 대기업 제품도 눈에 띈다고 합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 및 한국 영상물 경험 비율’도 2006년 56.7%에서 2013년 80.1%까지 올랐습니다. 최근엔 보위부원에게 들킬 염려가 높은 DVD 플레이어보다, USB를 꽂아 작동시키는 중국산 영상 표시장치 보급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하죠. (보위부원은 단속에서 DVD를 플레이어에서 꺼내지 못하도록 집 전원을 내리고 들이닥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엔 급속한 시장화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통일부는 분석했습니다. 생산품이 평양 등 대도시로 몰리면서 농촌과 중소도시는 물자부족이 심해지고, 주민들 중에서도 빈부격차가 커졌다고 합니다.

# 자본주의 맹아? 되레 국가는 가난해져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민간 분야에서 경제활동은 눈에 띄게 활발해졌지만, 북한 정부 당국의 재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게 통일부의 분석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중국 국적 조선족 사업가는 “북한 평양에 ‘전당포’ 몇몇 개가 눈에 띄었고 물건이 많이 진열돼 있었다”고 했습니다. 민간에서 초기적 형태의 금융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위계층 출신으로 해외 사업을 통해 돈을 모은 이른바 ‘돈주(主)’들이 전당포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최근 군이 주도하는 주택 건설, 국가 주도의 상점 경영에 자본을 댈 정도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당국의 자금이 없으니 기존 계획 경제의 영역에 민간 자본이 들어갈 정도로 성장한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돈이 부족해진 이유는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교역이 중단됐고, 작년 핵실험 이후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높아져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구멍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도 김정은의 과시형 사업인 마식령 스키장, 문수물 놀이장 건설에 투자를 늘리니 그만큼 재원도 쪼들릴 수밖에 없겠죠.

북한 정권은 1974년 세금을 없앤 후 공식적으로는 민간인에게 세금을 걷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와 정부지출을 직접 비교하기도 힘듭니다. 최근 열 올리고 있는 건설 현장에도 주로 공병부대의 장비, 인력이 투입됩니다.

최근 북한이 관광산업 활성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관광업을 국가가 독점하는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돈주에게 사업 참여권을 주고 투자를 받는 대신 수익의 일부를 걷어가거나,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는 비공식적 형태의 세금 징수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 북한 경제 회생 쉽지 않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경제에 대해 “비공식 경제의 성장이 국가의 부강함으로 이어질진 미지수”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시장화 진전에 힘입어 ‘주민 생활의 현상유지가 가능해질 수준’에 머물진 몰라도, 국부의 발전으로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예측한 북한 경제성장률은 2010년 -0.5%, 2011년 0.8%, 2013년 1.3%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북한은 물론 국내총생산(GDP)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군사 부문이 비대하고 각종 비공식 경제가 발달해 있는 독특한 체계입니다만 미미한 수치입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경제관리 목표에 대해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복원과 이를 통한 체제 유지’에 만 골몰해 △소유권 인정 △시장 제도화 등 핵심적 정책을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잘 나갈 땐 매달 1억 달러까지 벌어들인다’고 평가받던 석탄 사업이 부진한 것도 원인입니다. 작년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내 중국 라인의 상당수는 제거됐습니다. 월별 무연탄 대 중국 수출량도 50% 이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선 예년의 70~80%선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중국에서 받는 돈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게 한 북한 전문 학자의 분석입니다.

꼬인 대외관계도 경제회생이 힘들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북한은 올들어 6개의 경제개발구를 더 발표했습니다. 외국인이 개발구의 책임자를 맡을 수 있게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었지만 중국은 시큰둥하다고 합니다. 중국은 과거 황금평 특구에서도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