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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저우융캉 당적을 박탈한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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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전문기자) 중국 공산당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당적(黨籍)을 박탈하고 범죄 혐의와 관련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정은 5일 열린 공산당 정치국 상무회의에서 이뤄졌고 관영 신화통신이 6일 새벽에 발표했습니다. 최고인민검찰원은 별도 성명을 통해 저우융캉에 대한 체포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저우융캉 사건은 1949년 현대 중국 건국 이후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인사가 비리 문제로 처벌을 받게 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던 사안입니다. 외신들도 ‘공안 짜르’가 체포됐다며 속보를 전했습니다. 당 정법위원회 서기도 지낸 저우융캉은 시진핑 정부 출범 전까지 중국의 사법 경찰 정보 분야를 책임져왔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2월1일과 올 7월29일 저우융캉에 대한 조사 개시 결정과 관련한 발표를 했지만 그 사실만 한 줄 공개했을 뿐입니다. 구체적인 범죄 혐의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뇌물수수와 기밀누설 그리고 난잡한 여성관계 등이 적시 됐습니다.

여성관계와 관련,정부(情婦)가 이익을 취하도록 했다거나 권색 (權色) 전색(錢色)이란 표현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권력으로 성 상납을 받고 돈을 주고 성매매를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혐의를 들여다보면 중국에선 여전히 법 위에 공산당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또 저우융캉이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눈길을 끄는 혐의 중 하나가 간통죄입니다. 중국 형법이나 관련 법률은 간통을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해 죄를 묻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번에 처벌 혐의로 적시됐을까요? 공산당은 간통을 사회주의 도덕을 위반한 행위로 간주해 심각할 경우 당적을 박탈한다는 처벌근거(공산당 기율 처분 조례 150조)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고위 관료가 대부분 공산당원입니다.공산당 기율규정으로 먼저 처리한 후 사법처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5일 정치국 회의 역시 공산당 회의입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당 윤리위원회가 결정한 뒤 검찰과 법원이 이를 따르는 식입니다.

매해의 경제정책 기조 역시 공산당이 12월에 개최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하고 이를 이듬해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추인하는 식으로 확정되는 것처럼 당이 먼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인 셈입니다. 법 위에 당이 있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진핑이 최근 공산당 18기4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법치주의를 선언하면서도 공산당이 근간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은 법 위에 공산당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우융캉의 간통죄 적용은 이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공산당 일당체제에서의 법치주의가 갖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선 간통죄 등으로 낙마한 고위간부가 시진핑 정부 출범 전까지만 해도 보기 드물었습니다. 2000년 이후 간통죄 등으로 처벌된 사례로는 2012년 낙마한 장쑤성 우시 전 시장인 마오샤오핑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가 국영기업인 수출신용공사의 다이춘닝 전 부사장의 당적을 박탈하면서 간통 등의 혐의를 적용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공산당원은 당 법까지 적용해 일반인보다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처벌 취지를 설명했지요.

이후 낙마한 관료 가운데 간통혐의 등이 적용된 관료가 30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특히 지난달엔 기율위가 당적과 공직을 박탈하는 쌍개(雙開) 처분을 내린 인사 가운데 장슈핑 전 진중시 당 부서기와 양샤오보 전 가오핑시 시장 등 두 여성 고위관료 출신에 부패혐의 말고도 간통죄가 적용됐습니다. 간통죄로 여성 관료를 처벌한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저우융캉이 받을 처벌 수위는 최고 사형입니다. 2개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기밀누설에 대해 최고인민법원(대법원)은 사형까지 언도할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 형법 383조는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타인의 재물을 취득하거나 다른 사람이 불법 이익을 취하는 데 도움을 주는 행위도 사안이 특별히 심각할 경우 재산몰수와 함께 사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화통신은 저우융캉의 행위에 대해 ‘완전’ ‘엄중’ ‘지대’ ‘중대’라는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당의 지침과 완전히 배치되고, 당의 기율을 엄중히 위반했고, 당 이미지를 지대하게 훼손했으며, 당과 인민의 사업에 중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겁니다.

물론 저우융캉이 키운 쓰촨방 석유방 정법방은 물론 그의 비서들로 구성된 비서방의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처벌을 받기 시작했지만 거미줄처럼 깔린 그의 세력이 완전히 축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형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중국 내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 시진핑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