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홍대 인근 클럽 명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장훈은 결연해 보였다. 김장훈은 많은 이야기를 토해냈다. 요점은 당분간 신곡 발표와 공연에 집중한다는 것. 최근 신곡 ‘살고 싶다’를 발표했지만 방송 등을 통한 홍보는 하지 않을 거라 했다.
“흥행공식이 있잖아요. 음원차트에 오르려면 아이돌 가수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노이즈마케팅을 하고, 방송으로 도배를 하면 되죠. 제가 한때 예능계의 수도꼭지였잖아요. 틀면 나온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거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해서 줄세우기를 해도 의미 없어요. 시대와 거꾸로 가기로 했습니다. ‘살고 싶다’는 제 역대 최고 히트곡을 만들 거예요. 1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그렇게 할 겁니다.”
김장훈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는 “왜 방송을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최근에는 페이스북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세월호 이슈가 있을 때에는 석 달간 1500만 명이 접속을 했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이달에 광주, 서울 부산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그는 “단독공연은 6년 만이라 설레고 떨린다”며 “공연의 화두는 불가능한 초심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처럼 4시간 동안 흥겨움을 강요하는 공연을 하지 않을 겁니다. 2시간 10분이면 족해요. 2시간은 신나게 웃고 10분 동안 찐하게 우는 공연이 될 겁니다.”
내년에는 예정된 해외 공연과 병행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100회 이상의 공연을 열 것이라고 했다. “80년대 들국화 시절로 갈 겁니다. 그때 좋았던 것은 크리스털 볼룸, 학전, 마로니에 등에 언제나 들국화, 김현식이 있었다는 거죠. 저도 그렇게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김장훈은 “지난 2년 동안 극단적으로 살았던 것을 자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다소 시끄러웠던 삶을 정리하고 음악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 때문이다. “월간 윤종신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5년 동안 한 달에 한 곡을 낸 것은 전 세계 아무도 못 한 일이에요. 윤종신이 그걸 하지 않았다면 희화화된 예능인에 불과했겠죠.”
독도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이승철로 인해 다시금 화제가 된 독도에 대해서는 “잘 된 일”이라며 “독도가 왜 내 타이틀이냐? 독도는 대한민국 모두의 타이틀이다”고 말했다. “제가 독도에 대해 언급해도 파장이 일어나지 않아 안타까울 때 이승철로 인해 다시 독도가 화두가 됐어요. 아직 이승철과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함께 독도에 관한 공연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승철에 대한 걱정도 했다. 김장훈은 “이승철은 앞으로 많이 힘들어질 거다. 30년 가까이 음악을 하면서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는데 민족적인 타이틀이 생기면 음악적으로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기부천사’ ‘독도지킴이’라는 타이틀이 콤플렉스였어요. 이게 너무 강렬해서 음악이 이걸 이기지 못했죠.”
앞으로는 마음으로 노래하겠다고 했다.
“전 극단적이었어요. 솔직히 극단적으로 살려고 작정했죠. 2년 전부터 삶이 지루했어요. 매일 똑같은 레퍼토리에 행사 해서 돈 벌고 이걸 20년 하다 보니 예전 같은 감흥이 없었어요. 내년부터는 노래로 말을 할 겁니다. 원래 제가 생각한 삶은 가수는 죽어도 노래로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원하지 않는 소셜테이너의 삶을 살았는데 내년부터는 바꿀 겁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변질될 수 있는 거 자제할 겁니다. 일단 1년만 그렇게 살아 보겠습니다.” (끝)
사진. 구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