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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모자에 씌인 'LOTTE' 로고의 숨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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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부 최만수 기자) “김효주 프로는 반드시 대스타가 될 겁니다. 두고 보세요.”

재작년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김효주(19·롯데) 얘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당시 롯데는 2012년 10월 17세에 불과한 김효주와 신인으로는 최고 금액인 연봉 5억원+α(인센티브) 조건으로 계약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1996년 3억원을 받고 프로로 데뷔한 박세리(37·KDB산은금융)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았죠.

어린 선수에게 과한 금액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롯데의 눈은 정확했습니다. 올 시즌 한국 골프에서 가장 ‘핫’한 선수를 꼽으라면 김효주가 아닐까요.

김효주는 지난 9월 초청 선수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한 뒤 단번에 세계적인 골프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에비앙 직후 열렸던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도 김효주는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녔습니다.

김효주는 연봉도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지난 2일 롯데그룹과 계약 기간 5년에 연봉 13억원 등 5년간 65억원+α(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재계약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김효주는 다른 롯데마트 소속 선수들과 달리 ‘LOTTE’라는 간단한 영문 로고가 박힌 모자를 씁니다. 롯데마트골프단과 하이마트골프단을 보유한 롯데가 왜 김효주만 따로 ‘그룹 후원’으로 분류했을까요?

특히 하이마트골프단(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골프단도 롯데 소속이 됐습니다)은 신지애, 안선주, 유소연 등 최정상급 선수를 배출한 여자 프로골프 사관학교로 불립니다. 김효주를 골프단에 소속시켰다면 골프단 성적도 함께 올라가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을 텐데 말이죠.

그건 김효주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처음부터 김효주를 박세리처럼 ‘국제용 선수’가 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통찰력을 강조하는 신동빈 회장의 뜻처럼 롯데그룹 로고를 달고 국제 무대에서 홍보를 해주길 바랬던 것이죠.

롯데 그룹의 한 임원은 “롯데마트는 시장이 동아시아쪽에 한정돼 있지만 그룹은 전 세계 진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김효주만 따로 그룹 차원에서 후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김효주의 몸값은 롯데마트, 롯데리아, 호남석유화학,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등이 분담해서 냅니다.

김효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합니다. 이미 대박을 거뒀지만 ‘국제용 김효주’는 내년에 더 큰 홍보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에 비하면 65억원쯤은 오히려 적은 돈이라는 평가입니다. 프로야구 등에서도 ‘짠돌이’ 이미지가 강한 롯데가 선뜻 돈 뭉치를 꺼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