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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마(三馬)'가 세 차례 도원결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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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전문기자) 중국 경제계에 ‘삼마(三馬)’가 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회장과 중국 최대 인터넷게임 업체 텅쉰을 세운 마화텅(馬化騰) 회장 그리고 중국 2위 보험업체 핑안보험의 회장 마밍저(馬明哲)이 그들입니다.

중국 언론은 IT(정보기술)과 금융업에서 혁신을 보여주는 공통점을 들어 이들을 묶어 '삼마'로 부릅니다.

이들이 또 뭉쳤다는 소식입니다. 핑안보험에 마윈과 마화텅이 손잡고 투자했다고 합니다. 중국언론에선 이들 '삼마'의 공동 행보를 '도원결의(桃園結義)'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삼마'의 도원결의는 이번이 세번째입니다.첫번째는 작년말 공동으로 중국 1호 인터넷보험회사 종안온라인재산보험을 세운 것. 두번째는 지난달 중국 최대 영화제작사인 화이슝디(華誼兄弟)에 공동투자한 것. 선전증권거래소의 창업판(중국판 코스닥)에 상장된 화이슝디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습니다. 삼마의 투자 규모는 35억위안(6332억원)에 달했습니다.

세 차례의 도원결의는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정보기술과 금융의 결합이 빨라지는 추세와 IT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의 융합 그리고 중국자본의 해외문화사업 투자 가속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핑안보험에 공동투자한 것이나 작년말 인터넷보험회사 설립에 3개사가 손잡은 것은 인터넷 금융에서 동맹군이 되자는 신호로 읽혀집니다.

중국에서는 작년부터 인터넷금융이 본격화되고 관련 세미나와 책자가 잇따르는 등 인터넷금융 붐이 일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여름 내놓은 인터넷 머니마켓펀드(MMF)는 출시 1년만에 세계 4위 MMF로 성장했죠. 중국 정부가 올들어 인가를 내준 5개 민영은행 중 2곳 역시 인터넷전문은행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 두곳의 최대주주가 각각 알리바바와 텐센트입니다.

삼마의 두번째 도원결의에선 중국 인터넷플랫폼 업체들의 콘텐츠사업 강화와 게임과 영화산업의 연계 △중국 자본의 해외 문화산업 투자 확대를 읽게됩니다. 삼마의 화이슝디 투자는 알리바바 계열 창투사가 15.33억위안,핑안보험그룹 계열 자산관리회사가 6.8억위안, 텐센트가 12.80억위안 등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증자 이후 현 지배주주인 왕종쥔 왕종레이 형제는 총지분율이 30.15%에서 26.99%로 낮아졌지만 경영권은 계속 유지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똑 같이 각각 8.08%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가 되고, 핑안자산관리가 1.98%의 지분율로 3대주주가 됩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기존 주주로 지분율을 확대하는 것이고 핑안은 신규 주주가 됐습니다.

화이슝디는 유상증자를 하면서 알리바바 및 텐센트와 각각 전략적 협의를 체결했습니다. 우선 텐센트와 함께 게임과 영화를 연계하는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인기 게임을 영화화하거나 인기 영화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게 그것입니다.중국에서는 이미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협업이 상하이의 온라인게임업체 샨다 등을 중심으로 수년 전 부터 진행중입니다.이번 유상증자에서 게임과 영화의 상호연계추세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게됩니다.

화이슝디는 알리바바와는 위러바오 타오바오 등 알리바바 계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유통시킨다는 계획입니다.영화콘텐츠의 유통채널이 영화관에 머물지 않고 인터넷으로 다변화하는 추세에 대응하는 겁니다. 올해 중국 온라인 동영상시장 규모는 178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2017년이면 그 규모가 두 배 이상인 366억위안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화이슝디와 알리바바의 협력은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의 콘텐츠 사업 강화추세를 읽게됩니다.스마트폰업체이면서도 자사를 플랫폼업체로 포지셔닝한 샤오미 역시 콘텐츠 사업을 위해 중국 유명 포털의 뉴스국장 출신을 영입하고 1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그에게 전권을 준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샤오미는 콘텐츠 직접 제작보다는 콘텐츠 사이트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반면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고 있습니다.텐센트와 알리바바는 모두 화이슝디와 각각 5편의 영화를 공동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마 회장의 꿈이 중국판 넷플릭스를 넘어 중국 인터넷판 디즈니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마 회장이 향후 10년간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영역에 의료 및 건강산업과 함께 문화오락 산업이 들어간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마 회장은 실제 지난 4월 중국 최대 동영상 포털사이트 요우쿠-투더우 지분 16.5%를 인수한데 이어 6월에는 홍콩 미디어그룹인 차이나비전을 8억400만달러에 인수해 회사명을 알리잉예(阿里影業)로 바꿨습니다.특히 지난 10월엔 할리우드를 찾아 현지 영화 제작사 관계자들과 잇단 회동을 갖고 미국 영화와 TV 드라마 등을 직접 배급하거나 사업에 지분을 출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외신들이 전했습니다.’헝거게임’으로 유명한 영화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 인수를 추진했다가 성사가 안되자 콘텐츠를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핑안그룹의 화이슝디 베팅에선 중국 문화산업의 해외진출 가속화를 엿보게 됩니다. 중국 언론들은 화이슝디가 해외 영화사 인수합병과 같은 해외진출 시 자금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중국자본의 해외 문화산업 투자는 이제 뉴스가 안될 정도로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그 대상엔 한국의 문화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소프트파워를 키우려는 중국 당국의 후원도 이같은 추세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언론에선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공략과 중국 영화시장의 급성장으로 영화 속에서 늘 선(善)의 위치에 있던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넘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삼마가 다음엔 어디로 함께 달릴 지 주목됩니다. 거기서 중국의 또 다른 추세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