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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가 장원준 영입에 과감하게 지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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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최근 프로야구에는 ‘대박’ 자유계약(FA)이 2건 있었습니다. 4년간 86억원에 SK와이번스 잔류를 선언한 외야수 최정(27)과, 4년 84억원의 조건으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30)이 주인공입니다.

얼핏 보면 비슷한 조건의 계약이지만 두 선수를 보는 분위기는 다릅니다. 최정은 ‘SK가 잘한 계약’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장원준은 ‘오버페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최정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입니다. 올해 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충분히 3할 타율과 홈런 20개를 칠 수 있다고들 평가합니다. 강견을 바탕으로 한 수비도 일품이고 나이도 한창 전성기입니다. 사상 최초로 100억원을 넘는 계약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죠. 역대 최고 계약을 맺었지만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과한 몸값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장원준은 ‘에이스’라고 부르기에 약간 네임벨류가 떨어지는 투수입니다. 올해 10승9패 방어율 4.59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왼손 투수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기복이 심해 1선발로 쓰기에는 2% 부족한 선수라는 게 야구판의 냉정한 평가입니다.

장원준의 연봉을 올해 성적으로 환산하면 1승당 2억1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올해 미국 진출을 타진했던 김광현과 양현종은 장원준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투수지만 미국 프로야구 포스팅 시스템에서 200만달러(약 22억 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FA를 잘 영입하지 않는 ‘짠돌이 구단’ 두산이 84억원을 선뜻 내민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건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 때문입니다. 내년부터 KT위즈가 1군 경기에 나서면서 10구단 체제가 갖춰지고 각 팀들은 144경기를 휴식일 없이 치러야 합니다. 투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가 급증하는 상품은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죠.

삼성 윤성환도 33살의 나이에 4년 80억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했습니다. 내년 FA 시장에 나올 수준급 투수는 LG 우규민 뿐입니다. 앞으로 토종 투수의 몸값은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런 투수난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입니다. 투수 부족으로 고민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팀들은 내년에도 1~2선발투수를 용병으로 뽑을 확률이 큽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처럼 투수 용병을 얼마나 잘 뽑느냐에 그 팀의 한해 성적이 좌우되는 것이죠.

한 프로야구단 사장은 “요즘엔 고교 리그에서도 ‘초고교급 투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10년 후엔 토종 에이스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2의 박찬호와 류현진은 앞으로 보기 어려울까요? 프로농구가 ‘용병 잔치’로 인기를 잃었던 것처럼, 토종 에이스가 사라지는 프로야구도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