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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 뒷얘기 ③ 철도 때문에 몸살 앓는 폴란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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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폴란드에 다녀왔습니다. 1980년대 말 동유럽을 휩쓴 민주화 개혁 물결로 폴란드는 동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사회주의를 버렸습니다. 그 이후 가파른 성장으로 현재 동유럽 국가 중에서 경제성장률이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엿새 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폴란드의 사회 문화 경제 등에 관한 뒷얘기를 한경+에 연재합니다.

3. 철도 때문에 몸살 앓는 폴란드인들

요즘 폴란드인들이 3명 이상 모이면 항상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기차입니다. “어제는 두 시간이나 약속 시간에 늦었다.” “오늘은 세 시간이 연착됐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얘기를 주고 받습니다.

폴란드는 지금 철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철도 곳곳이 수시로 고장 나고, 고장 나면 바로 수리에 들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는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한 이후 꾸준히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철도도 그 중 하나지요.

기차가 운행 중에 철도 보수로 인해 멈췄다가 다시 운행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기차를 타면 연착을 불평하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죠.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중앙역에서 폴란드 제2의 도시인 크라쿠프로 가는 기차를 타 봤습니다. 다행히 30분 더 늦게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30분 연착이면 양호하다고 합니다.

기차 안에서 만난 60대 폴란드 사업가는 “40년 전에는 두 시간이면 갈 거리를 요즘은 네 시간이나 걸려서 가고 있다”라고 불만을 드러내더군요. 이렇게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사회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란 말도 잊지 않더라고요.

한편 철도와 관련해서 폴란드인에게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나빠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몇 년 전 폴란드에서 거대 규모의 철도 사업 입찰을 했다고 합니다. 가장 낮은 가격을 써냈던 중국 업체를 포함한 컨소시엄이 철도 사업을 따냈고요.

그런데 너무 낮은 가격을 써냈던 탓에 인건비와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중국 컨소시엄을 파산했고, 철도 사업을 제대로 끝내지 못했습니다. 이 철도 사업은 결국 다른 업체에 돌아갔지만, 이 바람에 철도 사업 완결이 4~5년이나 늦춰졌습니다. 폴란드인의 불편이 더 길어진 거죠.

현지에서 만난 폴란드인들은 “철도 사업 파산 사건으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나빠졌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도 더욱 부정적이 됐다”라고 입을 모으더라고요.

한국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브랜드 제품에 대한 디스카운트(평가 절하)가 있다고 말하자 격한 공감을 드러내더군요. 특정 국가와 국민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뒤바꿀 수 있는 만큼 해외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듯 합니다. (계속)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