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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에 야생 칠면조 먹는 미국인은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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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미국인들의 칠면조 사랑은 각별합니다. 미국인이 한해 먹어치우는 칠면조는 2억3500만마리. 그 중 추수감사절(올해 11월 27일)에 소비하는 칠면조는 최소 4600만마리에 달합니다. 그래서 매년 추수감사절이면 칠면조 잘 굽는 법, 잘 자르는 법, 잘 어울리는 소스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죠. 수천만 마리의 칠면조를 먹어치우는 탓에 미국 대통령들은 추수감사절에 상징적으로 ‘칠면조 사면 행사’까지 엽니다.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는 풍습은 1621년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 청교도들이 첫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잡아 나눠먹은 데서 유래했습니다. 유럽에선 주로 거위를 잡아먹었는데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덩치가 크고 개체 수가 많은 북미 토착종 야생 칠면조를 먹었다고 하네요. 칠면조는 영어로 터키(turkey)인데요. 야생 칠면조를 처음 본 이민자들이 마치 유럽에서 보던 터키닭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야생 칠면조는 얼룩덜룩하고 화려한 무늬의 털에 부채처럼 활짝 펴지는 꼬리, 멋지게 늘어진 붉은 부리 등이 특징입니다. 올해도 추수감사절을 맞아 또 한번 칠면조 소비가 급증했는데요. 진짜 야생 칠면조를 먹은 사람은 미국인의 0.0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은 칠면조는 닭보다 덩치가 조금 큰, 새하얀 양식 칠면조이죠. 한해 소비되는 야생 칠면조 수는 이제 3~4만마리에 불과합니다.

각각 인공 교배와 자연 교배로 부화하는 양식 칠면조과 야생 칠면조는 새끼의 몸값부터 차이가 납니다. 양식 칠면조는 한마리당 1.67달러에 거래되는 데 비해 야생 칠면조 새끼는 한마리에 8달러에 거래됩니다. 양식 칠면조 새끼는 빨리 살찌우기 위해 갑갑한 우리로 직행하죠. 곧 움직이기 힘들어질 만큼 살이 찌고, 평생 날개짓 한번 못해본다는데요. 야생 칠면조는 농장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먹이 사냥을 즐깁니다.

식용으로 쓰일 만큼의 몸무게가 되기까지 양식 칠면조는 12~18주가 걸리는 반면 야생 칠면조는 24~28주가 걸립니다. 당연히 사료나 먹이에 드는 비용도 하루 5달러 이상 차이납니다.

도축이 된 이후에도 양식 칠면조는 냉동 상태로, 야생 칠면조는 냉장 상태로 유통이 됩니다. 평균 몸무게는 양식 칠면조가 1kg이상 더 많이 나가지만 지방 함량은 야생 칠면조가 10배 더 많다는군요. 결국 양식 칠면조는 슈퍼마켓에서 16~32달러에 살 수 있는 반면, 야생 칠면조는 100~200달러를 호가합니다.

양식 칠면조는 덩치가 커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얄미운 친척이 오면 양식 칠면조를 요리하라”는 말도 한다고 합니다. 배불리 빨리 먹고 일찍 잠들게 하라는 뜻이라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