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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섭 신임 금감원장 "그걸 말해 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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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금융부 기자) 진웅섭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요즘 기자들에게 곧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그걸 말해 줄 거 같아요?” 기자들로서는 참 난감한 대답입니다. 맞다 아니다도 아니고 말을 안 해주겠다는데 도리가 없죠. 전화를 하면 받기는 하는데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입니다.

지금까지 지면에 반영된 발언은 취임사와 한국경제신문 금융소비자보호대상 축사 등 공식적인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한경 기자에게는 인사 문제에 대해 예단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으로 단독 인터뷰를 하기도 했지만요.

진 원장의 이런 모습은 일견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진 원장은 권혁세 전 원장과 더불어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지난 19일 취임했습니다. 행정고시 기수도 28기로 직전 최수현 원장보다 3기수 낮습니다.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행시 25회)이 이미 용퇴 의사를 밝힌 배경이기도 합니다.

인사와 조직에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섣불리 말을 꺼내는 것보다 차라리 말을 말자고 생각한 것입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도 진 원장에게 인사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는 후문입니다. 진 원장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겠지요.

진중한 스타일도 ‘금감원장 입은 지물쇠 입’이라는 소리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진 원장은 취임 전 금융위에서 일을 할 때도 금감원장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일이 생겼을 때 ‘큰 칼’을 휘두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밝혀왔다고 하네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서릿발’ 같은 위엄을 가지려면 평소 진중한 모습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에서라고 합니다.

취임사에서도 “앞으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수현 전 원장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생긴 부작용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게다가 진 원장은 금융위 대변인 출신입니다. 언론의 속성을 잘 안다는 얘기입니다. 발언이 어떻게 전해질지 잘 아는 진 원장이 더욱 함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대변인 출신 기관장들이 다 입을 닫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각에서는 너무 입을 닫고 있으면 소통 부재 우려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감원장이 너무 비밀에 쌓여 있으면 시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인사와 조직이 정비되고 나면 신문에서 진 원장의 생각을 좀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될까요? 금감원장은 일단 올해는 말을 적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