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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정부 "에볼라 구호대 신상은 꼭 보호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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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경제부 기자)“제발 에볼라 구호대를 보호해주세요.”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은 27일 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 이름으로 된 ‘보도 자제 협조 요청문’을 받았습니다. 정부 부처가 기자들에게 이렇게 공식적으로 보도 자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닌데요.

내용인즉 다음주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파견될 예정인 ‘에볼라 위기대응 긴급구호대’의 신상을 철저히 보호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에볼라가 창궐 중인 아프리카로 향할 긴급구호대. 자원한 민간의료인력 총 15명(의사 6명·간호사 9명)이 선발됐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 명단은 비공개입니다. 15명 모두 본인의 신상이 밝혀지길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는데요. ‘의료영웅’으로 칭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왜 모두가 꺼릴까요?

에볼라가 전염병인 만큼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임무 수행 후 돌아왔을 때 안전을 위해 격리기간(21일)을 거쳤는 데도 주변사람들이 병이 옮을까봐 주변에 가길 꺼려 기피대상이 될 수도 있고요.

에볼라 파견을 다녀온 의사나 간호사가 있는 병원을 환자들이 안 찾게 될 수도 있지요. 병원 운영에 큰 타격이 갈 수밖에 없겠지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0.0001%의 감염 우려가 있다면 그 곳을 꺼리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구호대의 가족이나 주변인들까지 고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비슷한 일이 있었답니다. 2009년 신종 플루가 유행할 때 이를 전담 치료하던 한 대학병원 의사의 신상이 공개된 적이 있었거든요. 이 의사 자녀가 다니던 학교의 학부모들이 난리가 났답니다. 거쳐거쳐 아이들에게 신종 플루 옮을 수 있다며 학교 측에 거센 항의가 쏟아졌고요. 결국 이 의사의 자녀가 며칠간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누구에게나 ‘전염병 공포’는 있습니다.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도 당연하고요. 그러나 숭고한 뜻을 품고 봉사하러 나가는 의료인들이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모습 또한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