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먼저 일어선 은행장도 있었다. 아제이 칸왈 한국SC은행장이다. 인도 출신의 칸왈 행장은 1992년 인도SC은행에 입행해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 SC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대표를 거쳤다. 지난 3월 한국SC은행장에 선임됐다.
한국어를 모르는 칸왈 행장은 이날 이사회에 통역사를 대동했다. 그는 통역사로부터 은행장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으면서 연신 웃음만 지었고, 개인 일정으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날 이사회가 웃음이 나올 만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칸왈 행장의 웃음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른다. 기자의 생각은 칸왈 행장에겐 그날 상황 자체가 웃기지 않았을까 싶다. 은행연합회장 선출권을 가진 은행장들이 금융당국의 ‘뜻’을 거역하지도, 내정자로 알려진 사람을 회장으로 뽑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말이다.
칸왈 행장은 조만간 한국을 떠난다. 한국SC은행이 한국인 행장으로 교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아니면 한국의 특수한 금융현실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SC은행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대형 은행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영국 SC그룹 본사는 지난해 한국SC은행의 영업권을 10억 달러 가량 상각했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한국 지점 100개(25%)의 문을 닫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SC은행의 부진은 한국SC은행 잘못일까? 한국에서의 은행업이 어렵기 때문일까? 국내 은행들도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보면 후자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이유는 한국의 은행업을 쥐고 있는 금융당국에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