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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콘텐츠 '초단편소설'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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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락 IT과학부 기자) 미디어 학자인 마셜 맥루언은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핫(hot) 미디어’와 ‘쿨(cool) 미디어’라는 표현을 씁니다. 정보량이 많고 수용자의 참여도는 낮은 미디어가 핫 미디어, 정보량이 적고 수용자의 참여도가 높은 미디어는 쿨 미디어로 설명합니다.

예컨대 사진은 시각적으로 정밀도가 높습니다. 반면 만화는 시각적으로 정밀도가 낮고 적은 정보만 주죠. 따라서 사진은 핫 미디어고, 만화는 쿨 미디어입니다. 이런 식으로 맥루언은 신문 잡지 라디오 영화 등을 핫 미디어로, 전화 TV 만화 등은 쿨 미디어로 분류했습니다.

맥루언의 분류법을 그대로 따른 것은 아니지만 ‘핫’하고 ‘쿨’한 콘텐츠도 있습니다. 과거 PC 시대에는 정보량이 많은 ‘핫’한 콘텐츠가 인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기기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최근엔 ‘쿨’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대엔 즉각적이고, 분량이 많지 않은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웹툰’일 것입니다. 요즘 초절정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미생’도 아시다시피 웹툰이 원작입니다. 웹툰은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곳에서 손쉽게 보고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웹툰에 이어 또 하나의 쿨한 콘텐츠가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초단편소설’입니다. 2000자 이내(A4 1장) 분량의 소설을 말하는데요.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짤막한 소설이 인기입니다. 이 같은 트렌드를 읽은 다음카카오는 얼마 전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초단편소설 공모전도 진행했습니다.

백일장은 1, 2차로 나눠 한 주씩 진행했는데 2600여 명이 참가했고, 응모작은 3700편이 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 2차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한 원유진(닉네임 니니니나노) 씨는 ‘잘생겼다’라는 제목의 소설로, 외모지상주의를 역설적으로 꼬집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원 씨는 “최근 스낵컬처라고 해서 짤막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러한 트렌드를 다음카카오가 소설에까지 적용했다는 게 신선했다”며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웹툰 등을 보면서 짧은 호흡의 스토리 구성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1차와 2차 공모전에 연속 2등에 오른 김대영(닉네임 kuma) 씨는 “평소에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재소설을 쓰는 연습을 해왔다”며 “분량이 긴 책들이 잘 읽히지 않는 요즘 초단편소설은 새로운 장르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출간돼 화제를 모은 작가 장주원씨의 <ㅋㅋㅋ>라는 책도 초단편소설집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와 속물성, 부조리 등을 풍자와 역설로 풀어낸 책인데 장 씨가 페이스북에 한 편 두 편씩 올린 글들을 모아 펴낸 것입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도 “모바일 시대에는 쿨한 콘텐츠가 뜬다”고 말합니다. 이 대표는 “일찍부터 원소스 멀티유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웹툰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전문작가들이 만드는 모바일 콘텐츠 스토리볼 등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해야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