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삼성전자와 음저협 간의 계속되는 '밀크뮤직 갈등'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김보영 IT과학부 기자)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밀크뮤직’ 때문에 삼성전자-소리바다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사이에 생긴 골이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소리바다는 “밀크뮤직이 히트를 치니 음저협이 뒤늦게 발목을 잡는다”며 열받아 있는 상태입니다.

음저협은 음원 제공 계약 해지까지 통보하며 한 치의 양보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11월 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소리바다와 손잡고 지난 9월 말 스트리밍으로 360만 곡을 들을 수 있는 음악 서비스 ‘밀크뮤직’을 국내 출시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시장에 출시해 6개월만에 400만건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었던 서비스입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출시 한 달만에 17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겁니다. 밀크뮤직을 통해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콘텐츠, 나아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출시 직후 터졌습니다. 음저협에서 지난달 1일 “밀크뮤직이 무료인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서비스 중단을 요구한 겁니다. 음저협 측은 “8월 협회와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을 유료화해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밀크뮤직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엄연한 계약 위배임은 물론 합법적인 음원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히 서비스 중단 ‘요구’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11일에는 소리바다에 음원제공 계약 해지까지 통보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소리바다는 아연실색했습니다. 저작권료를 내고 서비스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으나, 음저협과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삼성 측 관계자는 “밀크가 돈을 안 내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 몫의 저작권료를 모두 내고 있다”며 “서비스 시작 전에 음저협에서 몰랐던 게 아니라 다 알고 있었는데, 출시가 된 이후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소리바다와 음저협은 점점 멀어지고만 있는 상태입니다. 삼성전자 측 관계자는 “음저협과 얘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협의하려 해도 윤명선 음저협 회장이 응하지 않는다”며 하소연합니다. 음저협 측은 “음악 시장 질서를 위해 양보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티는 상황입니다.

양측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사이 갑자기 국내 최대 음원 유통업체인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가 갑자기 밀크뮤직에 음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오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밀크 비디오’도 출시했습니다. 밀크를 삼성전자 콘텐츠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는 전략인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은 “그렇잖아도 신경쓸 일이 많은데, 음저협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사이 삼성전자가 박진영을 밀크뮤직 치프(Chief) 큐레이터로 선정해 음저협과의 갈등이 더 깊어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박진영은 밀크뮤직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특정 장르에 대한 세부 검수를 담당하며 밀크뮤직 내 얼반(Urban), R&B 장르의 스테이션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음저협의 윤 회장은 몇 년간 박진영의 로드 매니저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이 반대하고 있는 밀크뮤직 음악 선곡에 박진영이 직접 나서자 매우 심기가 불편했다는 후문입니다.

밀크뮤직은 미국에서는 순항 중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스포티파이 갈등으로 해외 음원 스트리밍 시장도 들썩이지만 삼성이 미국에서 손잡은 현지 음원 서비스업체 ‘슬래커(Slacker)’에는 불똥이 튀지 않았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 멜론이나 지니 벅스처럼 검색을 해서 들을 수 있는 MOD(Music on demand) 서비스여서 판도라나 슬래커와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밀크뮤직은 공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말에는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고 곡을 마음대로 건너뛰 수 있는(unlimited skips) 프리미엄 버전을 월 4달러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2(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