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만드는 보고서는 리서치센터 내부통제담당자의 검수를 거치게 돼 있습니다. 오탈자부터 소송의 빌미가 될 만한 내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죠. 보통 내부통제담당자들은 하루에 7개 정도의 보고서를 검수하고 실적 시즌에는 20여개의 보고서를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 만에 61개 보고서를 검수할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간단했습니다. 송 애널리스트가 이날 낸 60개의 보고서는 '누가 한국의 자동차를 만드는가 2014: 60개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대한 보고서'를 회사별로 쪼개어 제출한 것이었습니다. 281쪽짜리 업종 분석 보고서 하나에서 60개 종목보고서가 손쉽게 파생된 것이죠.
이 같은 ‘보고서 쪼개기’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흔한 일입니다. 업종 분석에 묻힌 개별 회사의 보고서를 손쉽게 검색하는데 이점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일각에선 우수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애널리스트 폴(poll)’ 시즌을 앞두고 다량의 보고서로 실적을 쌓는 것 아니냐는 곱지 못한 시선도 있습니다. 통상 언론사들이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하반기 애널리스트 폴이 11월 마지막주에 진행되니, 딱 이날부터 시작이겠네요. 그래서인지 이날 무려 245개의 기업분석보고서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20일과 21일 각각 78개, 42개의 보고서가 나온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61개 보고서를 쏟아낸 송 애널리스트는 사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기업탐방을 부지런히 다니고 보고서를 많이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고 합니다. 이날 낸 보고서도 올해 기업탐방을 다니며 축적해놓은 내용을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풀어놓은 셈이죠.
다만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60개 보고서 중 투자의견을 낸 것은 8개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새론오토모티브·에스엘·S&T모티브·현대위아·현대모비스·평화정공 등 6개 종목에 대해 매수를, 화신·한라비스테온공조 등 2개 종목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는 데 그쳤습니다. 설마 나머지 자동차부품 기업 중 개인투자자들이 ‘매도’해야 할 종목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겠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