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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SC은행의 배당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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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금융부 기자) 며칠 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1조원 규모의 배당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내년 3월까지 1조원이 넘는 돈을 영국본사에 배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금융당국이 고액 배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는 겁니다.

한 매체가 이를 보도하자 한국SC은행은 즉각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아직 올해 수익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배당액을 어떻게 세우냐는 겁니다. 1조원이라는 금액도 사실무근이라며 배당 계획도 아직 논의된 바 없다는 얘깁니다.

SC은행이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자료까지 내면서 일단락 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 배당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SC은행은 배당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을 부인하면서도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아마 내년 3월에 얼마가 됐든 배당을 할 것 같기는 합니다).

SC은행은 배당 자체를 ‘죄악시’하는 풍토에 대해 억울하다는 눈치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 진출해 지금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자했는데 10년 간 약 3000억원 정도밖에 배당을 하지 않았다는 항변입니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엔 아예 배당을 하지 않았고요.

한국SC은행은 최근 실적이 좋지 않지만 10년 간 벌어둔 돈은 3조5000억원 정도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해 한국 비즈니스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게 한국에서의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투자액에 비해 배당금이 적어 주주들이 불만이라는 얘기지요. 자본의 논리에서 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외국계 기업의 배당에 대해 거부감이 남아 있습니다. ‘국부유출’이라는 얘기도 자주 나오고요. 특히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금융권에서 외국계은행이 배당을 한다면 좋지 않은 시각이 더욱 클 게 뻔하지요. 국내 상황이 어려운데 배당으로 이익만 뽑아간다는 논리와, 언제까지 배당을 좋지 않게만 볼 거냐는 논리 사이에서 SC은행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끝)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