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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삼총사'의 정해인 "안민서는 내 성격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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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배우 정해인은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삼총사’ 속 안민서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점잖아 보이는 부드러운 인상과 크게 웃지 않는 차분한 미소, 그리고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꽃무사’ 안민서의 재림이었다. 올해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백년의 신부’, tvN ‘삼총사’, 영화 ‘레디액션 청춘’, 영화 ‘장수상회’까지 숨 가쁘고 알찬 데뷔 해를 보내고 있는 정해인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배우다. 1988년생 정해인은 다른 사람처럼 대학 생활을 보냈고, 이미 군대까지 다녀온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의 표현대로 ‘어쩌다’ 오디션 제의를 받고, ‘어쩌다’ 배우가 된 그는 알고 보면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운이라고 단정하기엔 말 한 마디 한 마디 사이에서 보이는 그의 노력과 진정성이 눈에 띄었다. 단 두 작품만의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캐릭터에 녹아드는 그의 외모와 더불어 진중한 태도 속에 담긴 정해인의 매력이 있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삼총사’로 배우의 매력을 알아버린 그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

질문: 드라마 ‘삼총사’가 끝난 지도 꽤 됐다. 여운에서는 좀 빠져 나왔나?
정해인 :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다. 안민서라는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온 것 같다. 4개월 동안 쉼 없이 달리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몰입됐던 것 같다.

질문. 안민서라는 캐릭터는 박달향, 소현세자, 허승포보다는 차분한 캐릭터였다. 몰입할 수 있었던 매력은 무엇이었나?
정해인 : 아무래도 수식어로 붙여졌던 꽃무사인 것 같다. 멋있기보다는 예쁘게 나와야 하는 포인트가 있어서 많이 노력했다. 꽃에 어울리도록 피부관리도 열심히 하고, 평소 스킨이나 로션도 잘 바르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선크림도 바르고 팩도 했다. 나름 만족하는데 조금 아쉽다.

질문. 아쉬운 점이라면 무엇이었나?
정해인 : 장면에 물 흐르듯이 따라갔던 점이다. 캐릭터를 살리려고 하면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안민서가 점잖고 차분하고 말수도 없는 편이어서 돋보이긴 힘들었다. 삼총사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승포가 분위기를 띄우면 가라앉히는 캐릭터였다.

질문. 실제 성격과 안민서의 성격과 비슷한가?
정해인 : 실제 성격과 아주 비슷해 연기하면서 편한 부분도 있었다. 차분하고 말수 적은 부분은 매우 비슷하다.

질문. 두 작품만에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비결이 뭔가?
정해인 : (웃음) 운이 좋았던 거 같다. 그냥 그 캐릭터에 맞는 나의 어떤 부분이 많이 겹쳐서 되지 않았을까. 특별하게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는 이미지나 보이스톤, 외모 등 종합적으로 봤을 때 어울린다고 봐주신 것 같다. 사실 많이 부담됐다. 작품 두 번 만에 주연을 했고, 대선배님들이랑 작품하니까… 다행히 나중에는 편했다. 즐겁게 촬영했다.

질문. ‘삼총사’ 촬영장 분위기가 많이 좋았나 보다.
정해인 : 정말 좋았다. 남자들끼리만 계속 뭉쳐 다녀서 그런지 고등학교에 다니는 기분이었다. 하하. 배움의 장이었다.

질문. 배움의 장이었다면 이진욱, 양동근에게서 각각 어떤 점을 배웠나?
정해인 : 소현세자 이진욱은 집중력, 순간 집중력이 엄청나다. 왕자 역할이니 카리스마도 좋다. 양동근은 재치와 자유로움? 그런데 그 자유로움이 계산된 자유로움이다. 편하게 연기한다고 느껴지는데 더블 액션이 다 맞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다양한 각도에서 카메라를 바꿔 찍을 때마다 그 편함을 똑같이 표현하시더라. 연습과 노력도 정말 많이 하신다.

질문 : 또래이자 선배인 정용화에게서는?
정해인 : 용화는 보면서 많이 놀랐다. 가수라는 이미지가 셌는데 같이 작품하면서 진짜 배우 같이 느껴졌다. 하긴, 배우로 데뷔한 친구니 진짜 배우다. 현장 스태프들을 대하는 자세도 정말 좋더라. 예의 바르고, 연기도 잘한다. ‘삼총사’는 힘든 장면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도 능숙하게 소화하는 거 보면서 정말 열정이 있다고 느꼈다. 목숨을 다해서 찍는 것 같았다.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연기도 무대 위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했다. 딱딱한 연기가 아니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 같다.

질문 : 다른 질문보다 정용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즐거워 보인다. 정말 친한 것 같다.
정해인 : 나이 차이도 한 살밖에 나지 않고,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용화가 상남자더라. 나도 사실 그런 면이 있어서 통했고, 먼저 다가가기 어려운데 용화가 먼저 다가와 줬다. 같은 회사 식구라서 많이 챙겨준 것도 있고… 전형적인 멋있는 부산 사람이다.

질문 : 힘든 장면도 많았다고 했다. 액션 연습은 언제부터 했나?
정해인 :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한 달 전부터 했다. 연습할 때는 잘했는데 액션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힘들더라. 그냥 액션과 액션 연기는 다른 것 같다. 액션 연기는 움직이면서 눈빛이 살아 있어야 하니까 신경이 쓰인다. 또 얼굴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을 잘 캐치하는 게 힘들었다.

질문 : ‘삼총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정해인 : 두 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삼총사는 박달향의 첫 만남이고, 두 번째는 11화에서 박달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삼총사가 등장해서 구해주는 장면이다. 우리들의 우정이 정말 잘 표현된 것 같다.

질문 : ‘삼총사’를 다시 보기 했을 때 소장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안민서 위주로 말해 달라.
정해인 : 음.. 4화에 나오는 노출씬이 아닐까. 하하. 난 사실 사람 냄새나고 인간적인 몸이다. 조각 같은 몸도 아니고, 푸근하고 친근한 몸인데 없던 장면이 갑자기 생겨 버렸다. 그 장면을 촬영 3일 전에 알아서 급하게 몸을 만드느라고 노력했다. 팔굽혀펴기를 계속 하고, 나흘 동안 밥을 못 먹었다. 멋있어서 소장한다기보다 노력했던 장면이어서 소장하고 싶다.

질문 : ‘삼총사’에서 다시 촬영하고 싶은 장면은?
정해인 : 2회 때 객잔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박달향이 나타나는 장면이 있다. 박달향과 마주 앉아서 안민서 동자승 시절 이야기하며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그 장면을 다시 찍고 싶다. 내가 봐도 못한 것 같다. 평범하지 않은 장면일 수도 있는데 평범하게 해서 아쉽다.

질문 : 사극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해인 : 한복이 정말 좋았다. 하하. 한복을 입으면 정말 조선시대 사람 된 것 같고, 말도 타고 즐거웠다. 사극 말투가 처음에 어려웠지만, 하다보니까 편했던 것 같다.

질문 : ‘삼총사’의 아쉬운 점 중 하나가 역사 속에서 이미 소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우울하다.
정해인 :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을 빤하지 않게 끌고 나가는 건 배우들의 몫인 것 같다.

질문 :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나?
정해인 : 소현세자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고, 인조라는 왕에 대해서 많이 찾아봤다. ‘삼총사’ 이전에는 익위사라는 것 자체도 몰랐고, 궁에서 쓰는 용어들도 잘 몰라서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박달향이 무과에 응시해서 사용하는 용어들도 잘 몰랐다. 드라마로 보고 알게 되니까 더 재미있고 신기했던 것 같다.

질문 : 그럼 ‘삼총사’를 하면서 전체적으로 배운 건 무엇이었나?
정해인 : 내 분량이 많았고, 많은 시간을 촬영했는데 나 혼자 잘해서 될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만들어가는 것이 작품이라는 것. 공생하고 협력해서 ‘으싸으싸’ 하는 걸 많이 배웠다.

질문 : 1988년생이다. 27세에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전에는 무엇을 했나?
정해인 :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대학교 때부터 연극이나 뮤지컬을 했긴 했는데 이렇게 배우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학창시절에는 배우에 대한 꿈이 없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다. 군대도 남들 가니까 같이 가서 21세 때 다녀왔다.

질문 : 아, 그렇다면 어쩌다 배우가 된 것인가?
정해인 : 그렇다. 진짜 어쩌다.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서 오디션 제의가 왔다. 오디션을 봤는데 연기를 잘해서 뽑혔다기보다 가능성을 보고 합격한 것 같다.

질문 : 그럼 배우가 매력적이라고 느낀 건 언제부터인가?
정해인 : ‘삼총사’를 하면서 깨달았다. 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들한테 즐거움을 준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질문 : 아까 말수가 적고 차분하다고 했는데, 배우를 하면 정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정해인 : 곧 개봉할 영화 ‘레디 액션 청춘’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내 안에 저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랬다. 영화는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나 청춘들이 봤으면 공감하는 내용이다. 옴니버스식이라서 작품 네 개가 합쳐서 나온다. 보면서 ‘그래 나도 저랬어’, ‘내가 지금 저러고 있는데’라며 공감하실 것이다. 영화 ‘장수상회’도 촬영했다. 내년 개봉이다.

질문 : 올해 정말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내년이 기대되겠다.
정해인 : 난 당장 내일이 기대된다. 신기하다. 하루하루 현재에 충실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사실 제일 신기한 건, 지금 이 순간이다. 말하고 있는 게 기사로 나갈 때가 신기하다. 하하. 주변에서 검색해서 보내주더라.

질문 :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지금 뭐하고 있을까?
정해인 : 아마 연구소에 있을 것 같다. 생명공학 쪽 대학원에 있지 않을까.

질문 : 앞으로 어떤 배역이나 캐릭터를 하고 싶나?
정해인 : 20대가 가기 전에 조금 더 청춘 같은 열정을 보여주고 싶다. 앞만 돌진하거나 찌들어 고민을 많이 하고 방황하는 연기도 해보고 싶다. 영화 ‘파수꾼’이나 ‘바람’ 같은 그런 청춘들 말이다.

질문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정해인 : 작품 속 배역의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고 있다. 길 지나가면 “어, 정해인이다!”가 아니라 “어! 안민서다”라고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연예인보다 배우에 더 방점을 찍고 싶다. 배우도 연예인이지만, 작품을 많이 해서 연기로 많이 찾아뵙고 싶다.

질문 : 늦은 나이에 데뷔는 아쉽지 않나?
정해인 : 하나도 아쉽지 않다. 늦게 시작한 만큼 그 전에 내 시간을 갖고서 내 인생을 나름대로 살았다. 빨리 시작한 사람들이 못했던 것을 많이 했다. 또, 나이에 연연하고 있지 않다. 27세라는 틀 안에 갇히고 싶지 않다.

질문 :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해인 : 글쎄.. 진정성인 것 같다. 오디션 가서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오면 많이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 “나 지금 연기하러 온 거야”라는 가식 대신 솔직한 모습 보여드리려고 한다. 또 흐릿해 보일 수도 있는 인상인데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찌질한 연기도 하고, 멋있는 연기도 다 하고 싶다.

질문 : 앞으로 더 성장해야 하는데 자신에 대한 채찍질 한 마디 부탁한다.
정해인 : 난 항상 나에게 채찍질을 하는 것 같다. 약간 완벽주의라서 내가 실수했을 때 스스로 다그친다.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는데 실수를 하면 스스로 너무 자괴감에 빠진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다. 대신 그렇게 마음먹으니까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질문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예정인가?
정해인 : 그동안 바쁘게 달려와서 여가도 갖고, 운동도 하고, 밀린 영화도 보고 싶다. ‘삼총사’ 시즌1을 다시 1화부터 봐서 피드백하고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끝)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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