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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하루 2시간 '공허노동'으로 시간낭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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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공허노동'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회의와 회의 사이에 인터넷 쇼핑몰을 서핑하거나 특별한 목적 없이 사무실 커피 기계를 어슬렁거리는 것, 바로 이런 게 '공허노동'입니다. 직장 생활에서 하는 비업무적인 활동을 의미하는 거지요.

대부분의 직장인이 평균적으로 하루 2시간을 공허 노동에 사용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공허노동은 스웨덴 룬드대학교 소속 사회학자인 롤랜드 폴슨이 최근 출간한 책 제목(Empty Labor)이기도 합니다. 폴슨은 업무 태만에 관한 연구로 유명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공허노동은 일종의 조직적 부정행위라고 하네요. 관리자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만연해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죠. 하루의 절반 이상을 빈둥대면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합니다.

회사들은 컴퓨터 활동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를 깔거나 위치추적 장치를 사용해서 조직원을 감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늘 조직원들은 이것을 넘어서는 방법을 찾아내지요.

여기서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학력 수준이 낮고 단순한 직종일수록 이런 공허노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직접 감시하고 평가하기가 원활한 환경이라서지요. 빵을 굽거나 신발을 고치는 작업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학위를 갖고 있는 자기 업무에서 상당 부분 자율성을 누리는 사무 노동자들이 공허노동을 더욱 많이 한다는 게 롤랜드 폴슨의 주장입니다.

전문직일수록 심해진다는 것이죠. 자기 업무 시간에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직장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쓰는 직장인이 대표적입니다. 겉으로 봐서는 공허노동인지 실제 노동인지 즉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이나 회사 규모가 클수록 조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더 알기 어렵죠. 잠깐의 업무 중 일탈은 활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공허 노동은 조직과 스스로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