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집단의 지도자였던 맨슨은 1969년 유명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등을 연쇄 살인한 집단의 배후자로 악명 높은 인물입니다. ‘맨슨 패밀리’ 교주로 불린 그는 유명 배우 샤론 테이트 등을 포함해 7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40년 동안 캘리포니아 교도소에서 옥살이 하고 있습니다.
옥중 결혼을 올릴 맨슨의 신부는 애프턴 일레인 버튼(26)입니다. 버튼은 10대 때 맨슨에 푹 빠져 9년 전에는 미국 중서부에 있는 집을 떠나 맨슨과 가까운 캘리포니아 코코란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는 맨슨의 무죄를 옹호하는 웹사이트를 여러 개 운영 중입니다.
캘리포니아주 킹스카운티 정부는 지난 7일 맨슨과 예비 신부 애프턴 일레인 버튼의 결혼허가증을 발급했고, 이들은 90일 이내에 결혼식을 올려야 합니다. 만약 이 기간을 넘기면 다시 결혼 자격 요청을 해야 하죠. 캘리포니아 지부의 감옥에는 ‘결혼 코디네이터’가 한 명씩 배치돼 있습니다. 이들은 수감자의 결혼 요청 서류 업무를 담당하는데요. 옥중 결혼은 ‘가족 재결합과 사회 발전’의 명목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맨슨이 투옥돼 있는 감옥에서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결혼식이 있습니다. 결혼식에는 수감자를 제외한 지인 10명까지 초대할 수 있지만 맨슨은 가석방 예정자가 아니라 가족을 초대할 수는 없습니다. 맨슨은 2027년까지 가석방 선고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사실 버튼이 그와 결혼식을 올리려는 이유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입니다. 친족만이 얻을 수 있는 그의 개인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는데요. 버튼은 “맨슨은 무죄이고 결혼 후 우린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맨슨은 1969년 ‘테이트-라비앙카’살인사건 발생 뒤 투옥됐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습관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대부분의 삶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맨슨의 추종자로 연쇄 살인을 저질렀던 여성 레슬리 반 하우튼과 패트리샤 크렌윈켈 역시 투옥된 상태죠. 또 다른 추종자 수잔 앳킨스는 이미 암으로 사망했고요.
일명 ‘맨슨 패밀리’로 불렸던 이들은 1969년 8월 9일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인 여배우 샤론 테이트와 네 명의 다른 가족들을 잔인하게 죽인 뒤 다음날 식료품 상인 레노와 로즈마리 라비앙카를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맨슨은 매춘부인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가출해 잡범으로 전락했습니다. 1967년 출소한 맨슨은 히피문화와 가수 비틀즈에 광적으로 빠졌죠. 성경의 요한계시록과 비틀즈를 연관시킨 일종의 사교집단 ‘맨슨 패밀리’에서 교주가 됐습니다.
그는 임신한 상태의 배우 샤론 테이트 등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추종자를 시켜 35명을 더 숨지게 했는데요. 1971년 맨슨은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이듬해 사형제도가 폐지되면서 2027년까지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렇게 흉악범을 추종하는 증상을 심리학에선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의 범죄행각을 돕거나 추종하는 증상입니다. 1930년대 은행 강도와 살인을 반복한 연인의 이름을 따 ‘보니와 클라이드 신드롬’으로 불리기도 하죠.
범죄자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버튼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히피족이 다수인 맨슨 패밀리에는 어린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가 감옥에 갇힌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많은 추종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 가수 마릴린 맨슨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바꿨고요.
1980년대 13명을 연쇄 살해하며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리처드 라미레스는 집에 들어와 가족을 전부 살해하는 범행 방식으로 ‘나이트 스토커’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 잡지 편집장 도린 리오이는 그의 모습을 신문에서 처음 보고 사랑에 빠져 11년 간 러브레터를 보냈고, 1996년 결국 옥중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지난 2012년 미국 남성 제임스 홈즈는 콜로라도주 덴버시 쇼핑몰 극장에서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던 시민을 향해 총기를 난사, 14명을 숨지게 했습니다. 홈즈는 끔찍한 살인범으로 지목됐지만 미스티 벤자민이란 여성은 “홈즈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안하다”며 그를 따라 머리카락을 오렌지색으로 염색하는 등의 추종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