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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대만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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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습니다. 값싼 노동력 덕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에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중국의 이점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중국의 인건비과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대규모 휴대폰 공장을 가동하는 것도 중국의 인건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눈길을 끄는 것은 대만기업들의 본국 회귀 바람입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과거 중국 본토에 진출했던 대만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접고 올해 대만에 신규로 투자한 규모는 15억 대만달러(약 536억원)에 달할 것으로 대만정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 대만 기업들이 대만에 투자한 누적 투자금액은 올 연말이면 535억 대만달러(약 19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하네요.

SCMP는 상하이에서 12년째 에이수스 컴퓨터 판매 사업을 하는 제프 우씨를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그는 연내에 중국 사업을 접고 대만으로 돌아가 벤처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이점이 많이 줄어 굳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서랍니다.

우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인건비와 부동산 임대료 등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타오바오 티몰 등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PC를 사는 사람이 과거보다 확연하게 줄였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건설장비 제조업을 하던 가오퐁기계의 경우 신규 공장 설립처로 대만을 선택했습니다. 인건비는 대만이 여전히 중국보다 높지만 노동숙련도나 정부의 각종 규제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대만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하네요.

중요한 건 대만 기업들이 본국 유턴이 단순히 중국내 사업환경 악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만 정부가 2006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온 '리쇼어링(reshoring) 정책'도 일등공신으로 꼽힙니다. 리쇼어링 정책이란 해외로 나간 기업에 각종 혜택을 줘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대만정부는 그동안 본국으로 돌아온 기업들에게 법인세율을 20%에서 17%로 인하해주고, 전체 종업원의 40%를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노동자로 채울 수 있게 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만 의회는 현재 본국으로 돌아온 기업들을 위한 특별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법안 제정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만 정부는 2006년 이후 시행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대만에 8만9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고 자랑합니다.

한국 정부도 대만의 리쇼어링 정책을 벤치마킹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