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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은행들 앉아서 돈 버는 시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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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전문기자) 미국 USA투데이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10대 기업(2013년 연간 순이익 기준)에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등 4개 중국 국유은행이 진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공상은행은 2위 애플보다 더 많은 순이익을 내 1위에 올랐지요.중국은행들의 높은 수익성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9월초 중국기업연합회가 발표한 2014년 중국기업 500강 보고서에서도 확인됐었지요.중국 매출 순위 500대 기업에 속한 17개 은행기업이 올린 순이익이 1조2300억 위안으로 500대 기업 전체 순이익의 5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개 은행이 나머지 483개 대기업의 순익을 합한 규모보다 더 많은 순익을 낸 겁니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의 좋은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은행들의 부실채권 수치가 그렇습니다.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3분기에 725억위안 늘어나 9월말 현재 7669억위안에 달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은행들의 분기별 부실채권 증가 규모가 2005년 이후 최대라고 전했습니다.

부실채권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월말 1.08%에서 9월말 1.16%로 올랐습니다. 경기둔화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은행들의 대출 위축이 오히려 부실채권 비중을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분모인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수록 분자인 부실채권이 같은 수준으로 늘어도 부실채권 비중은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익을 올리는 공상은행 역시 지난 3분기의 부실채권 증가 규모가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중국 당국이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일정 수준의 경기둔화를 감수한다는 방침이어서 부실채권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동향도 은행의 수익성에 빨간 불이 겨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은행들의 위안화 예금 잔액이 10월말 현재 112조4704억 위안으로 전달 대비 1866억 위안 감소한 겁니다. 월 기준으로 위안화 예금이 줄어든 것은 올들어 1,4,7월에 이어 4번째입니다.

특히 가계 예금이 5395억 위안 감소해 정부예금 증가분(6837억위안)을 크게 상쇄했습니다.은행 위안화 예금은 지난 3분기에도 9500억위안 감소했었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위안화 예금이 감소한 것은 1999년 15년만에 처음이라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은행예금 감소는 17일 시행된 후강통(상하이와 홍콩 주식 교차 매매 허용)을 앞두고 상하이종합지수가 상승세를 타면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중국 당국이 후강통을 10월께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지난 7월 상하이종합지수는 빠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7월에만 1조9800억위안의 예금이 이탈했었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7월부터 10월말까지 18.2% 올랐고, 같은 기간 중국 증시에서 새로 개설한 주식계좌는 287만4800개에 달했습니다.

은해예금 감소와 주가 급등은 2007년 대세상승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을 뚫으며 사상최고치를 찍었던 2007년 10월에도 은행예금이 4498억 위안 줄었습니다.

하지만 은행예금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중국 당국이 은행들의 방만한 자금관리 관행과 규제라는 보호막에 칼을 대면서 나타나는 수익성 악화의 징조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중국 당국이 월말마다 예금이 급증하는 이른바 은행들의 윈도우드레싱 관행(예대비율을 맞추기 위해 일시적으로 예금을 확대하는 현상) 근절 조치를 발표한 게 은행예금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의 머니마켓펀드인 위어바오 같은 인터넷 금융에 다소 개방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전통적인 상업은행의 예금이 인터넷금융 등 신 금융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습니다. 은행들은 민영은행들과의 경쟁에도 직면해야 합니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올 들어 알리바바의 인터넷은행 등 5개 컨소시엄에 민영은행 설립인가를 내줬습니다. 민영은행 설립 허가는 18년 만에 처음입니다.

여기에 금융개혁이 빨라지면서 대출 금리에 이어 예금금리 자유화도 향후 2년내 시행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의 금리 규제와 은행 진입장벽은 중국 은행들에게 앉아서 돈 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지만 이 같은 보호막이 이젠 모두 사라지는 겁니다.

때문에 이젠 중국 은행들도 경영성과에 따라 차별화되는 시대를 맞이할 공산이 큽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은행들의 주가수익비율은 한결 같이 4-5배 수준입니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투자 매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묻지마 식 은행주 투자는 금물일 겁니다. 은행들의 경영승패에 따라 PER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멀리 걱정하지 않으면 가까운데 근심이 있다고 하지요(人無遠慮,必有近憂). 향후 달라질 사업환경이라는 먼 그림을 염두해두고 경영을 하는 중국 은행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 기존 전통 상업은행이 맞이하는 도전은 외자계 은행에 도전도 기회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은행업을 둘러싼 빠른 환경 변화가 주는 메시지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