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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가 포털 뉴스 담당 국장을 스카우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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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전문기자) 삼성전자가 인터넷포털 뉴스 담당 국장을 스카우트한다면 어떤 해석들이 나올까요? 아마도 홍보나 마케팅 관련 업무를 위해 스카우트하는 것으로 이해될 겁니다. 하지만 샤오미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부가가치 사슬을 확장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샤오미의 영상 컨텐츠 투자 소식에 그 답이 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샤오미는 지난 12일 상하이에서 중국 최대 영상 컨텐츠 서비스 업체인 요우쿠-투더우와 자본 및 업무와 관련 전략적 협력을 하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샤오미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요우쿠-투더우의 주식을 공개시장에서 매입할 계획입니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1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삼성전자도 작년 7월 요우쿠-투더우와 연을 맺었습니다. YG엔터가 요우쿠-투더우에 코너를 만들 때 협찬사로 들어간 겁니다. 갤럭시 등을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 성격이 강했습니다.

샤오미의 이번 행보는 다릅니다.샤오미가 왜 컨텐츠 업체에 투자를 할까요? 이 과정을 들여다보면 경영 석학 피터 드러커가 강조해온 제품 개발보다는 산업 창출로 승부를 거는 성공기업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과거의 적을 동지로 바꾸는 유연성도 읽게 됩니다.

샤오미의 컨텐츠 전략은 인재 영입에서 시작됐습니다. 샤오미의 중국 인터넷 포털 중 뉴스 서비스가 제일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신랑왕(시나닷컴)의 뉴스 담당 국장인 천통을 부총재로 영입한 겁니다. 천통은 포털 뉴스 분야에서 17년 동안 일한 전문가입니다.

중국 언론은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인 왕촨 부총재가 천통과 26년간 교류한 덕에 단 한 번의 식사자리에서 천통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합니다. 중국에선 관씨(關係)가 중요하다고 하지요. 실제 천통이 신랑왕에 입사할 지를 놓고 왕촨에게 자문을 구했을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각별합니다.

당시 천통은 “후일 나를 필요로 한다면 당신과 일을 함께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17년 뒤 그 말이 실현된 겁니다. 천통 역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왕촨은 물론 창업자 겸 회장인 레이쥔과도 수년간 교류해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인재 영입이 관씨만으로는 성사되기 힘듭니다. 시장에선 천퉁에게 500만 위안의 연봉이 책정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레이쥔 회장과 천퉁 부총재는 모두 부인했습니다. 천퉁은 샤오미의 놀라운 성장속도와 레이쥔에 대한 높은 평가가 샤오미행을 결정한 배경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창업한 지 5년도 안돼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가 넘는 회사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레이쥔의 인터넷 제품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를 추구하는 능력이 인터넷 업계 리더 중 최고”라는 말에서 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 추구’. 무슨 얘기일까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그게 바로 샤오미의 컨텐츠 전략입니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샤오미입니다. 올해 11월11일 알리바바의 솔로데이 할인행사에서는 샤오미의 TV도 TV 브랜드 중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샤오미의 운영체제인 MIUI 사용자도 이미 1억명에 달합니다.인터넷TV를 볼 수 있는 셋톱박스도 중국내 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레이쥔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샤오미의 플랫폼에서 제공할 컨텐츠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컨텐츠 전문가를 찾은 겁니다. 레이쥔은 천퉁 영입을 발표 한 11월4일 10억 달러를 천퉁에게 맡겨 컨텐츠 부문 투자를 일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언론들이 요우쿠-투더우에 대한 투자를 천퉁의 첫 작품이라고 설명하는 이유입니다. 샤오미의 컨텐츠 투자 전략은 직접 제작하기보다는 제작능력이 뛰어나고 컨텐츠를 다수 보유한 사이트를 투자하는 겁니다.

샤오미의 컨텐츠 투자는 스스로를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닌 플랫폼 업체로 정의(포지셔닝)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전략입니다. 플랫폼 전략을 강조해온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 4월 요우쿠-투더우에 12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16.5%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가입자가 5억명에 이르는 요우쿠-투더우는 샤오미나 알리바바의 플랫폼에 부가가치 사슬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겁니다. 요우쿠-투더우의 구용창 최고경영자가 샤오미 투자를 유치한 것을 두고 “우리는 돈이 부족하지 않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뿐이다. 샤오미의 생태계 조율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태계는 드러커의 “초점을 분명하게 맞춰라. 제품 발명보다는 산업을 창출하라”는 조언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입니다. 드러커는 영국 물리학자 조지프 스완과 에디슨을 비교하면서 이 같은 조언을 했습니다. 스완의 전구 특허를 에디슨이 사들여 사용할 만큼 그의 기술이 에디슨보다 뛰어났지만 성공의 신은 에디슨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에디슨이 전력회사에서 공급한 전기에 맞게 전구를 설계하고, 전선을 가설할 권리를 얻고, 배전시스템을 확보하는 식으로 전력산업의 생태계를 염두해뒀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게 드러커의 분석입니다. 전구 발명에만 매진해온 스완의 완패라는 겁니다.

스마트폰 업체라고 스마트폰에만 올인해서는 시장에서 밀릴 수 있음을 경고하는 대목으로 읽힙니다. 샤오미의 포털 뉴스 국장 영입에서 드러커의 조언을 되새기게 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