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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남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 ‘버럭’ 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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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정치부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의 2015년 예산안 심의 및 한·중FTA, 세월호 관련 현안보고를 받기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차분히 이어지던 도중 김우남 농해수위 위원장(3선·제주을)이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중 FTA 타결 등으로 우리 농가가 입을 피해를 우려해서였을까요? 김 위원장이 화가 난 이유는 놀랍게도 ‘의전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제19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정부대표로 축사를 하고, 국회 농해수위 대표로 참석했던 김 위원장은 당연히 기대했던 축사 순서는 없고 ‘들러리’만 서다 왔기 때문입니다.

여야 의원들은 합심해서 행사를 주최한 농림축산식품부를 질타했습니다.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정부측 대표가 축사를 하면 국회 상임위원장이 축사하는 게 정석 아닌가”라고 운을 뗐고, 이 장관은 “총리실에 적극적으로 접촉했지만 총리 일정이 촉박해 여러 사람이 축사를 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라고 했다. 저도 예결위에 참석하고 있어 당시 행사 진행상황을 잘…(몰랐다). 죄송하다”고 답했습니다.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야 의원으로부터 “총리가 축사를 하는 것과 국회 대표로 위원장이 축사를 하는 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질타가 이어지자 이 장관은 “그 부분은 담당자가…”라고 답했고, 그 순간 김 위원장이 폭발했습니다.

담당 국장에게 “그만 들어가라!”고 소리친 김 위원장은 “장관이 그렇게 비겁하냐”며 “국회의원 개망신주려고 (행사에) 초청하는 건가. 대한민국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이 다른 날도 아니고 농림부가 주관하는 농민의 날 행사에 가서 총리 훈계나 들어서야 되겠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어제 참석하려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농림부로부터) 축사가 없으니 양해해 달라고 전화가 왔다. 그것도 국장이 보좌관에게”라며 “내가 그런 수준의 사람이냐. 총리가 국회도 커버하느냐”고 소리쳤습니다. 연신 죄송하다는 이 장관에게 김 위원장은 “(행사가 끝나고) 죄송하다는 전화 한 마디 한 적 있느냐. 이것이 대한민국 농가의 현 주소냐”고 물었습니다. 이 장관은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연신 사과했습니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으로서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먼 길’을 나선 김 위원장 입장에선 충분히 섭섭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국회 대표로 행사에 참석했으니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무시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습니다.

‘한·중 FTA 타결’, ‘세월호 인양 문제’등 시급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축사 등 의전문제로 국회와 정부가 감정싸움을 한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농축산부의 의전담당 관리의 무신경을 탓해야 할까요, 아니면 김 위원장이 한번쯤 참고 넘어가길 바래야 했을까요.

국회 상임위원장은 통상 3선이상급에서 전문성을 고려해 뽑는 데다, 정부 부처를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아 장관급 이상의 대우를 받습니다. 이러한 역학관계를 아는 기자의 눈에는 국회 상임위원장을 행사 ‘박수부대’로 초청한 공무원의 간이 무척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