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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로 빗장 연 중국 소비시장 6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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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전문기자)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실질적 타결 선언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소비시장 공략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시장의 특징과 변화는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전략을 짤 때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내용입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광군제'(光棍節)로 불리는 11월11일("'솔로데이") 진행한 할인행사는 중국 소비의 6대 포인트를 엿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중국의 광군제는 정부가 정한 날은 아니지만 1990년대 난징(南京) 지역 대학생들이 '1'의 형상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광군제로 부르면서 점차 널리 퍼졌습니다.

이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상인들은 '홀로 빈방을 지키지 말고 나와서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부추기며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한 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습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업체 '타오바오'(淘寶網:C2C)와 '톈먀오'(天猫:B2C)가 2009년부터 이 행사를 선도했고, 심지어 중국에서 ‘쐉11(雙11)’을 상표로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에서 드러난 중국 소비의 포인트 첫째는 단기간에 폭발적인 구매력을 과시하는 소비 성향입니다. 행사가 시작된 뒤 38분 만에 100억 위안(약 1조8천억 원)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12일 0시가 되기 직전 저장성 항저우시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에 설치된 전광판(계열 쇼핑몰인 톈마오의 거래액을 표시)에 571억1천218만 위안(약 10조2000억 원)이란 숫자가 찍혔습니다. 11일 0시부터 24시까지 체결된 온라인 거래 규모입니다.

작년 알리바바의 솔로데이 하루 할인행사 매출 350억 위안은 이날 행사 개시 13시간만에 달성했습니다. 중국에서는 50% 이상 할인하는 상품이 한정판이기 때문에 몰린다는 분석과 함께 군중심리가 강한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베이징특파원으로 일하던 2005년 당시 우남균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사장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국경절을 겨냥해 판촉을 했더니 상상할 수 없는 매출이 일어났다.” 쉽게 달아오르는 중국 소비자의 성향을 공략하는 마케팅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중국 유통권력이 체인 할인점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이동하는 변화입니다. 알리바바의 솔로데이 매출은 행사를 시작한 2009년 5000만 위안에서,2010년 9.36억위안, 2011년 33.6억 위안, 2012년 191억 위안, 2013년 350억 위안으로 급증해왔습니다.

반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소비재를 판매해온 체인 할인점의 성장세 둔화는 뚜렷합니다. 중국에서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체인 할인점은 유통권력이 됐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다국적기업도 고개를 숙여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유통권력의 쇠락이 뚜렷합니다. 중국 연쇄경영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100대 체인점의 실적을 들여다봤습니다. 2000년 이후 2011년까지 연평균 25%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2년 10.8%로 둔화됩니다. 2013년엔 9.9%로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알리바바가 올해 솔로데이에서 올린 매출 571억 위안은 지난해 까르푸가 중국내 236개 점포에서 올린 매출(467억위안)을 웃돕니다. 롯데마트가 작년 중국의 110개 점포에서 거둔 매출(155억위안)은 알리바바 하루 매출의 27%에 불과합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모두 종전의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중국에선 O2O(온라인 TO 오프라인) 모델로 생존을 모색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을 체인 형식으로 운영하는 완다가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해서는 이미 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알리바바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비즈 모델입니다.

셋째는 PC상의 온라인쇼핑보다 모바일쇼핑의 부상 속도가 빠르다는 겁니다.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 루자오시는 “모바일 플랫폼을 사용한 주문이 40% 넘은 것은 올해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바일 쇼핑시장 공략에 주력해야 함을 보여주는 변화입니다. 지난 6월말 기준 중국의 네티즌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한 사용자 비율은 83.4%를 기록했습니다. PC로 인터넷에 접속(복수 응답 허용)한 사용자의 비율(80.9%)을 처음으로 넘어선 겁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자는 이미 5억2700만명으로 2013년말 대비 반년만에 2699만명이 늘었다는 통계도 함께 나왔습니다. 중국에선 이미 스마트폰이 PC를 밀어내고 인터넷 접속 최종 단말기로서의 위치를 차지한 겁니다. 중국에서 폭발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에 모바일이 변수로 등장한 겁니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중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2조7000억 위안에 달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수준입니다. 코트라는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시장 보고서에서 아마존을 인용해 모바일 쇼핑 규모가 금액 면에서는 PC를 통한 온라인쇼핑 규모의 10%에 불과하나 성장 속도가 온라인보다 4배 정도 빠르게 성장해 앞으로 전자상거래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다른 나라의 사용자에 비해 모바일 쇼핑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닐슨이 2013년 상반기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43%는 모바일 쇼핑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바일쇼핑 이용 응답 비율은 각각 30%, 26%에 머물렀습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웹인덱스 조사에서도 2012년 4분기 기준 아시아태평양지역 31개국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모바일을 통한 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중국(55%)이 가장 많았습니다. 알리바바의 솔로데이 실적은 이같은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넷째 포인트는 온라인쇼핑의 일등 품목에서 중국 소비파워로 부상한 ‘클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브랜드를 엿보는 것입니다. 이들의 선호도를 아는 게 향후 중국 소비시장의 패권을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은 샤오미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화웨이 웨이주 애플 삼성전자 순이었습니다. 가전에선 하이얼 메이디 하이신 러스tv 샤오미 순으로 한국의 삼성이나 LG는 물론 다국적기업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건 여성의류 순위입니다. 1위를 차지한 한두(韓都)는 한국풍 의류를 파는 중국기업으로 2006년 설립된 신생기업입니다.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워 인터넷에서 의류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류 인기에서 돈을 버는 중국 자본의 힘을 보여줍니다. 2위는 일본의 유니클로가 차지했습니다.

화장품에선 1위가 메이지(MG), 2위가 아푸(AFU), 3위가 바이취에링(SPDC)입니다. 한국 독자 브랜드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마스크팩으로 인기를 끈 MG는 한국 기술을 적극 활용한 대표적인 중국 기업입니다. 2006년 한국에 자회사를 세운 이 회사는 2010년에 한불화장품과 합영기업 MG합작그룹을 세우고 피부보호제품 생산라인을 깔고 중국에서 판매를 해왔습니다. 아푸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과 합작한 외자계입니다. 바이취에링은 1931년 설립된 상하이 토종 브랜드입니다.

다섯째 중국 클릭 소비의 지역별 분포입니다. 광둥, 저장 장쑤, 상하이 산둥, 쓰촨 베이징 등 순으로 많은 소비가 몰렸습니다. 지역별 소비자들의 체형과 성향이 다른 점을 감안해 전략을 짤 때 유념해야 할 대목입니다.

여섯째 알리바바는 이미 전세계를 인터넷으로 잇는 유통 고속도로를 깔고 있다는 겁니다. 알리바바는 올해 솔로데이 할인행사에 전 세계적으로 217개 국가나 지역의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러시아, 미국이 1~3위를 차지했고 대만,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마카오, 브라질, 스페인 등이 차례로 4~10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초반에 10위권에 들었다가 뒤로 밀렸습니다. 인터넷 직접구매를 통한 유통 고속도로는 알리바바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한국의 전자상거래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접근해볼 전략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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