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계에서는 서비스가 아주 ‘잘 빠졌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확실히 소액 송금이 간편해졌달까요.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이나 현금카드 등록은 다소 복잡하지만 핵심 기능인 소액 송금은 제대로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임이 끝나고 식대를 정산할 때, 회비를 낼 때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공인인증서는 필요 없습니다. 온라인 뱅킹을 위해 은행에서 주는 보안카드 번호 입력도 필요 없습니다.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고, 딱 한 번 필요합니다. 은행 계좌를 등록하는 제일 첫 단계에 요구합니다. 다섯 단계로 이뤄진 뱅크머니 발급 절차를 거치면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충전’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연동된 내 은행 계좌에서 돈을 빼서 뱅카 계좌에 충전하는 겁니다. 은행에서 빠져나가 뱅카 계좌로 들어간 돈은 ‘뱅크머니’라 부릅니다. 원화이고, 내 돈이지만 방금 전까지 있던 내 은행 계좌가 아니라 뱅크월렛 카카오 플랫폼 안에만 존재한다는 점만 다릅니다. 충전 한도는 50만원입니다. 50만원 넘게 충전하려 하면 안된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하루에 보낼 수 있는 돈은 10만원입니다.
50만원과 10만원이 한도인 특별한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서비스 초기라서 아직 안정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이렇게 정했다고 합니다.
이 앱의 보안성 심사를 진행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예전에 “송금 한도를 10만원으로 정한 것은 이른바 ‘뱅카빵’ 문제를 걱정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뱅크월렛 카카오로 ‘삥’을 뜯는 이른바 ‘뱅카빵’이 학교 등에서 발생할까봐 방지 차원에서라도 한도를 정했다는 겁니다. 다음카카오 내부에서는 보안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이고, 소비자 반응도 봐야 할 것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송금 수수료는 ATM보다 싼 건당 100원입니다. 카카오가 10원, 은행이 90원을 가져갑니다. 뱅크월렛 카카오를 통한 송금 건수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카카오 측이 수수료를 15원까지 올려 받는 방안도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소액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때 쓰이는 번호는 △지갑 비밀번호 △뱅크머니 핀 번호 △계좌 비밀번호 이 세 가지입니다. 평소에 쓰던 계좌 비밀번호를 뺀 앞의 두 번호는 앱을 깔 때 등록하게 돼 있습니다. 지갑 비밀번호 6자리는 앱을 실행할 때 입력하는 숫자입니다.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앱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수단입니다. 핀 번호는 송금을 할 때 넣는 4자리 숫자입니다. 계좌 비밀번호 4자리는 뱅크머니를 충전할 때 입력합니다.
5만원을 충전한 뒤 지인들에게 1000원, 100원 등 소액을 보내 봤습니다. ‘1000원 보냅니다’ ‘100원 받아라’ 등의 메시지와 함께 보내면 바로 금액이 차감되며 뱅크머니가 전송됩니다. 동시에 카카오톡을 통해 내가 얼마를 보냈다는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갑니다.
나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상대방이 받은 메시지에는 창 가장자리에 걸친 갈색의 동그란 카카오 마크가 있습니다. 이게 ‘진짜’ 뱅크월렛 카카오를 통해 메시지가 갔다는 표시입니다. 이모티콘도, 텍스트도 모두 메시지 창 ‘안에’ 들어가는데 이 마크는 가장자리에 걸쳐 있습니다. 마크를 진위를 식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에 보냈기 때문에 앱을 깔지 않은 지인이 더 많았습니다. 앱을 깔지 않은 지인은 깔지 않았다는 표시가 함께 떴습니다. 지인은 앱을 깔고 돈을 받거나, 그대로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지인이 3일 이내 돈을 받지 않으면 그 다음 영업일에 내 은행계좌로 자동 환불됩니다. 뱅크머니가 아니라 은행계좌로 환불되는 이유는 뱅크머니로 환불되면 “아니, 뱅카로 회비를 내려고 충전했는데…”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회비를 내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빼 충전했는데 상대방이 받지 않으면 굳이 뱅크머니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어차피 이용자가 은행 계좌로 도로 뺄 것이라면 바로 빼주는 것이 민원이 덜 발생할 것이란 계산에 따른 겁니다.
뱅크월렛 카카오를 처음 실행시켰을 때 뜨는 소개 팝업창에는 ‘반가워요’ ‘편리해요’ ‘안전해요’ ‘함께 써요’ 네 가지 문구가 나옵니다. 확실히 편리하지만 안전성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카카오 측에서 '뱅크머니 보내기/받기 시 상대방이 보내는 메시지의 다음사항을 꼭! 확인하세요'라는 공지 글에 따르면 카카오 인증마크를 반드시 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동시에 뱅크월렛 카카오에서 보낸 것이 아닌 메시지의 사례 5가지가 나옵니다. △인증마크가 메시지 창 안에 표시된 경우 △텍스트만으로 이뤄진 메시지 △이미지로만 구성된 메시지 △이미지와 텍스트가 두 메시지로 나눠 온 경우 △인터넷주소(URL)가 포함된 메시지 등입니다. 다음카카오 측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한 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뱅크월렛은 기존에 금융결제원(KFTC)에서 만들어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앱이었습니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이 앱과 구조가 동일하고, 가장 끝부분에 카카오톡을 ‘입힌’ 것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카카오는 돈의 흐름에는 전혀 관여를 할 수 없습니다. 뱅크월렛이 기존에 잘 작동해왔고, 다음카카오는 뱅크월렛의 핵심 구조를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금결원과 다음카카오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사기 메시지 사례 5가지를 공지에 올렸듯, 뱅크월렛 카카오에서 문제가 되는 보안 사고는 ‘피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잡한 해킹보다 ‘뱅크월렛 카카오로 얼마 보내달라’ 혹은 ‘잘못 보냈으니 다시 넣어달라’며 지인을 사칭하는 사기범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사건이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다음카카오는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됩니다. 내부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가장 말단에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럴 때 다음카카오는 어떻게 대처할까요. 핀테크 업계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바로 그 대목입니다. 그동안 메시징 서비스와 게임 등 ‘모바일’ 위에서 벌어지는 사업에만 집중해왔던 카카오. 다음카카오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카카오페이에 이어 뱅크월렛 카카오를 출시해 O2O 사업은 물론 이 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결제 사업에 새롭게 발을 딛고 있습니다. (끝)